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했더라면’이라는 글자만 보아도 많은 사람들이 가슴이 먹먹해 지면서 뭔가 울컥하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이 주제로 각자의 인생스토리를 말해 본다 면, 참으로 다양한 후회와 반성, 그리고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 아픈 이야기들이 쏟아질것 같다.

가끔은 이런 생각들을 하며 울고 싶은 심정을 달래기도 하지만 꿈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나의 또 다른 모습을 생각하며 가상의 기쁨을 맛보기도 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에 나의 꿈과 적성을 일찍 깨달았 더라면, 그래서 좀 더 열심히 노력했더라면 지금은 내가 꿈꾸었던 ○○이 되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좀 더 즐겁게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과 반면에 ‘내가 공부보다는 나의 특기 신장에 좀 더 전념했더라면 ○○이 되어좀 더 풍성한 인생을 살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인생의 가장 큰 전환기가 되는 ‘결혼’ 에 있어서도 미련이 남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모래알 같이 많은 사람 중 하필이면 왜 당신이 었소’라는 노래 가사가 있듯이 수많은 남녀 중 에 딱 1명의 남자나 여자를 선택하여 약 30년을 너머서 50년 이상을 함께 살아가는 기적 같은 현실 속에서 갖가지 풍파도 겪었을 것이고, 서로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즈음이 면, ‘∼∼했더라면’ 이라는 생각으로 과거의 인연들을 생각하기도 할 것이다.

자의적인 선택의 문제뿐만 아니라 내가 어쩔수 없는 타의적인 문제에 있어서 ‘∼∼했더라면내 인생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은 더 많이 나를 짓누를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모함을 받았을 때, 누명을 쓰고 헤어 나올 수 없을 때, 배신을 당했을 때, 그렇 게도 믿었던 친척이나 동료의 사기로 인해 사업이 쫄딱 망해서 결국 재기하지 못하고 평생 가난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때 ‘너무 믿지 않았더라면’ ‘좀 더 거리를 두었더라면’ 하는 가정(假定)은 더욱 커질 것이다.

교통사고나, 질병의 발생은 더더욱 그렇다.

‘그 차에 타지 않았더라면’ ‘조금만 일찍, 혹은 늦게 출발했더라면’ ‘음주운전만 안했더라면’ ‘그 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조금 아팠을 때 병원에 갔더라면’ ‘좋지 않은 음식을 줄었더라면’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듣고 진작 깨닫고 실천했 더라면’, 평범한 사람이라면 내게 어찌 할 수 없는 운명처럼 다가오는 사건은 인간의 한계를 ‘결과’로 보여주며 억장을 무너지게 할 것이다.

어느 회사에서 ‘커피’를 2행시로 지어 대상을 받은 글 중 ‘커피: 커서보니 피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가 있다. 공감이 가는 간단한 문구이다.

내 뜻대로 하고 싶은 일들이 진행되면 좋겠 지만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으니 일상 속에서 깊숙이 파고드는 고난과 고통은 운명의 사슬처럼 피할 수가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후회는 남는다.

그렇다면 이런 과거의 아픔과 후회는 어떻게 승화시켜야 하는 걸까? 이제 과거의 시간은 흘러갔지만 기억 속에는 깊이 박혀있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서 고칠 수가 없다.

한탄스런 인생은 오로지 One Way 일방통 행이니 어쩔 것인가? 지나간 과거를 호출하여 원망하고, ‘∼∼했더라면’ 이라는 틀에 얽매여서 허우적거리며 지금을 살아 갈 에너지를 방출해 버린다면 그 또한 누가 보상해 줄 것인 가? 돌아갈 수도 없고, 다시 살아갈 수도 없고, 다시 쓸 수도 없는 과거를 잊으려면 현재의 ‘하 루’에 집중하여 사는 것이 좀 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더 나아가서 어쩌면 이런 쓰디쓴 ‘경험’이 스승이 되어 자신을 ‘성숙’하게 하고, 생각의 폭을 넓혀주어 인생의 페이지를 다시 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감사해 보면 어떨까?

세상의 경험 중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한다. 필자도 지난 몇 년 동안 기가 막힌 상황들을 겪으면서 그떼 ‘∼∼했더라면’ 하는 후회도 하게 되고...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오지 않았나’ 하며 마음을 아파하기도 했지만, 아무리 필름을 거꾸로 돌려보아도 돌이킬 수도 없고, 설령 그렇게 했다고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괴로 워했다.

하지만 시간이 좀더 흐르고 나니, 내가 목표 했던 것처럼 모든 것들이 이루어졌다면 ‘살아 가는 많은 날들 속에서 타인을 배려하기보다는 내 중심으로 살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과 함께 시련을 극복하면서 얻어지는 인내와 신중함의 훈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이제 ‘∼∼했더라면’이라는 회한에서 벗어나새 날인 오늘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날들이 좀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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