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삼] 안산청소년재단 대표이사

좀 뽀대나게 말하면 토지는 어머니 최수진 여사가 농사 짓는 행위를 통해 농업이라는 소명을 수행하는 생산의 으뜸가는 요소요, 대대로 농업을 천직으로 살아온 조상과 만나는 상봉의 강남터미널이다.

따라서 그것을 판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며 조상과의 소통을 없애는 것이므로 땅을 팔려거든 어미가 눈을 감은 뒤에 팔라는 것이 김씨 집 며느리의 강력하고 일관된 주장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말은 우이독경 마이동풍이었고 어떻게 하면 땅을 팔아 자실까로 자나깨나 조석으로 머리를 굴렸다. 탐욕은 그칠 줄을 몰랐다.

당시 내가 땅을 팔고자 하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사람이라는 것이 세상을 살다보면 자금난을 겪을 때가 있지 않는가. 숨통을 트기 위해서는 생명수가 필요하고 그래서 땅 한 뙈기라도 돈으로 바꿔 사막의 오아시스 물로 써야겠다, 그리고 그놈의 부동산이나 패물이라는 것이 극한 상황에 대비하는 목적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독자 제현께서도 제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실 분은 없을 것이다.

진정 그랬다. 이리저리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사람 만나 식사하고 커피 마시려면 당시의 지지부진한 사업으로는 택도 없었다.

그래서 땅좀 팔자고 어머니를 졸라대고 설득하고 공갈과 협박까지 동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얄팍한 수작에 넘어갈 모친이 아니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는데 이 말도 헛말이구나라고 생각할 무렵, 나 또한 누군가. 직장 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부하 직원으로 거느려보기도 하고 다방면의 별 사람을 만나 별 일을 다 겪은 경력이 있지 않는가.

부도를 낸 경험도 있다. 마침내 나는 Y라는 부동산에 조예가 깊은 친구와 작당하여 내 명의로 되어있는 전남 신안군 임자면 대기리 933번지의 두말 가옷짜리 땅 한 필지를 어머니 몰래 팔아먹고 말았다.

‘급매물’이었으므로 몇 푼 되지도 않는 현금이었다. 그러나 매각하고 입금 통장을 보는 순간 어디선가 ‘빠바∼밤’ 하고 행진곡이 들려왔다. 나는 은밀하게 킥킥 웃었다.

땅을 산 사람한테 당분간 보안을 부탁했는데 모친은 그것도 모른 채 이미 팔려버린 남의 땅에다 모내기도 하고 제초제도 뿌리면서 최소 한 철 동안 땅에 대한 그칠 줄 모르는 애정을 이어갔다.

나는 너무 죄송하여 이실직고를 할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땅 판 돈으로 숨통을 터 재미를 본 나는 이게 무슨 벼락 맞을 생각인지 한술 더 떠서 팔아치운 땅 인근에 있는 기름진 땅이 또 눈에 쏙 들어오지 않는가.

두 번째의 토지 매각 사건을 벌이기로 했다.

이른바 토지 사건 시즌2 였다. 난 즉각 실행에 들어갔다.

옛 어른께서 명심보감에다 지지상지하고 지족상족하라고 썼는데 그것을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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