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근 민생정책연구소 이사장/전 안산시의회 의장

추석을 얼마 앞둔 어느 날, 대학의 수시전형 서류를 작성하느라 분주한 둘째아이에게 진학 하고 싶은 대학이 어느 곳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안산에 있는 학교에 진학하길 원했던 부모의 마음과 달리, 아이는 안산이 아닌 지역에 소재한 대학에 진학하길 원했다.

당시에는 그 또래 아이들이 의례 그렇듯이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길 원한다고만 생각하고 내심 섭섭해 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섭섭함은 ‘얼마나 많은 안산의 청년들이 안산을 떠나고 있을까?’, ‘안산의 청년들이 안산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산에서 성장한 인재들이 안산에 정착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 으로 바뀌었다.

안산에서 성장한 좋은 인재들이 진학과 취업 등을 이유로 안산을 떠나는 것을 보아왔던 기억이 있기에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어느 도시나 비슷하겠지만 안산시의 성장은 청년들의 유입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자리를 찾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들은 안산에 자리를 잡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새로운 안산문화를 만들었다.

도시조성과 함께 정착한 1세대 청년들은 어느덧 5~60대의 중·노년이 되었고, 그들의 자녀인 1.5세대, 2세대들이 안산의 현재를 책임지는 중추세력이 되었다. 그리고 안산의 교육기 관에서는 안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3세대들이 성장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탄생, 성장, 새로운 세대의 배출’이라는 자생적 선순환 기능을 갖춘 도시의 모습을 갖춘 듯 보이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해마다 관내 고등학교와 대학교 등 교육시설 에서는 1만6,000 여명 이상(2017년 기준 고등 학교 졸업자 9,710명, 대학교 졸업자 7,155명, 2018 안산시 통계연보)의 졸업생들을 배출하 고 있지만, 이들 졸업생 중에서 안산에 일자리를 찾고 가정을 꾸리며 정착하는 청년들이 얼마나 될까?

공식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필자가 안산에서 아이를 키웠고 지난 12년간 안산시의원으로 활동하며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바로는 아직도 많은 청년 들이 진학과 취업 등 보다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안산을 떠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안산의 연령대별 내국인수의 변화에서 보다 확실하게 나타난다. 최근 5년간(2014년 ~2019년 8월말) 50대 이하 내국인수의 변화를 살펴보면 20대를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매해 인구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그나마 소폭 증가 추세였던 20대 역시 최근 2년 동안 1,900여명이 감소했다.

도시의 미래를 지켜야할 청년세대들이 안산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청년들은 고향을 떠나 안산에서 보다 나은 삶의 기회를 찾았 다면 현재의 청년들은 안산을 떠나 타 시·도에서 삶의 기회를 찾고 있는 것이다.

안산시가 청년인구의 감소를 심각하게 받아 들이고, 청년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단편적인 노력과 뻔한 유인정책으로 타 시·도의 청년 들을 안산으로 불러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안산을 모르는 청년들에게 안산은 서울이나 분당, 동탄 등에 비해 매력적인 도시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정책에 대한 자세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편적인 정책이나 일시적인 지원으로 청년들의 유출을 막을 수 없다. 타 시·도에서는 볼 수없는 희망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청년정책이 안산시정의 처음이자 끝이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

청년들이 안산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안산을 방문하고, 안산을 떠나는 지, 어떤 이유로 안산을 떠나는 지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장기적이고, 종합 적인 청년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청년정책을 연구하고 총괄하는 서울시 청년허브와 같은 전담기구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될 수 있다.

안산시, 지역기업, 지역교육기관, 청년 등 지역 구성원 모두가 참여함으로써, 안산시는 유망기업의 유치 및 지역기업과 지역인재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지역교육기 관은 지역산업 맞춤형 교육을 통해 지역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기업은 잘 육성된 지역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등 지역산업의 맞춤형 교육을 받고 성장한 청년인 재들이 희망과 비전을 갖춘 지역 기업체에 취업하여,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 ‘청년 친화형 선도산단’, ‘스마트 선도산단’, ‘강소연구개발특 구’ 등의 사업이 ‘산단 구조고도화 사업’ 등 실패한 과거 사례들을 답습하지 않고, 청년들이 원하는 산업단지로의 체질변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안산시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사업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도시의 조성은 말로만 만들 수 없다. 청년정책에 대한 안산시의 적극적인 자세와 사회구성원 모두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안산시의 미래는 청년들을 얼마나 지키고, 지역사회에 정착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작권자 © 안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