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근 민생정책연구소 이사장/전 안산시의회 의장

지난 한 달은 ‘조국의 달’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언론매체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이하 조 후보자)의 가족과 관련된 의혹으로 가득했다. 딸의 진학문제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되었다 싶으면, 다음날엔 가족들이 투자한 사모펀드와 관련된 의혹이 불거졌다.

조 후보자의 딸이 받은 총장상의 진위여부와 조 후보자 부부가 증거인멸을 위한 행위(대학교 총장에게 전화한 것과 배우자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를 반출한 것)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과 조 후보자 배우자 및 가족들에 대한 검찰수사가 옳은 지와 관련된 논쟁으로 뜨거웠다.

전례 없는 공직후보자의 대국민기자간담회와 야당의 반박간담회가 열리고, ‘조국 사퇴하세요 VS 조국 힘내세요’ 등 인터넷 실검전쟁이 반복되었다. 배신감을 느낀 청년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조 후보자를 성토했다.

뒤늦게 열린 조 후보자의 청문회와 청문회 이후 진행된 조 후보자 배우자에 대한 검찰기소(사문서 위조혐위) 등 모든 국민들과 언론매체들의 이목이 조국 후보자와 그 가족들에게 집중되었다.

얼마 전만해도 ‘정의’와 ‘공정’의 아이콘 이었던 조 후보자에게 이번 법무부 장관직은 그동안 자신이 믿어 왔고, 이야기 해 왔던 자신의 ‘정의’와 ‘공정’을 현실사회에서 실현하기 위한 기회였을 것이며, 이를 위해 많은 다짐과 준비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그가 하루아침에 그동안 자신이 비판해 왔던 ‘불의’와 ‘반칙’의 대명사 취급을 받게 되었다니 세상사 참으로 모를 일이다. 물론 조 후보자를 포함한 당사자들은 모든 의혹을 전면 부정하고 있고, 검찰의 수사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조 후보자의 도덕성에 큰 상처가 생겼으며, 이것이 조 후보자가 공직을 수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버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조 후보자의 발표부터 시작하여 청문회를 마친 현재까지의 일들을 바라보며, 우리 사회가 공직자에게 바라는 도덕성의 기준이 과거에 비해 엄격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공직후보자의 공직수행 능력이 인정되면 약간의 부정이나 탈법 등은 눈감아 주었다면, 이제는 공직수행 능력 뿐 만 아니라 공직후보자가 살아온 과정까지 철두철미하게 검증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공직임명을 꿈꾸는 후보자들에게는 가혹한 소리일 수 있지만, 필자는 우리 공직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직자로 선출되거나 임명된 인물들은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하게 된다. 이들의 ‘선택과 결정’은 모든 국민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것들이다. 그들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 누군가는 큰 이익을 볼 수 도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회복하지 못할 정도의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토록 중요한 자리를 법을 경시하고, 반칙을 반복하는 이들로 채운다면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며, 어렵게 성장시켜온 우리 대한민국도 여느 후진국들처럼 쇠퇴의 길을 걷게 될 것이 분명하기에 공직후보자들에게 도덕성이 다소 엄격하게 요구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 200여일이 지나면, 또 다른 공직 후보자들이 국민들 앞에 나서게 된다. 바로 제21대 총선이다. 저마다 자신이 국회에서 일할 적격자임을 강조할 것이다. 이때에도 언론과 국민들이 날카로운 기준과 잣대로 후보자들을 검증해주길 바란다.

적어도 위선과 가식으로 자신을 포장해온 이들과 탈법과 반칙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이들이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공직을 넘보는 일이 없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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