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인생은 BCD(Birth-Choice-Death)라고 말한다. 출생과 죽음사이에는 무수한 선택이 있다. 작은 선택부터 매우 큰 선택까지 다양하다. 소크라테스는 "선생님! 인생이란 무엇입니까?"라는 제자들의 질문에 “인생은 언제나 한 번의 선택을 해야 한다. 수없이 많은 선택의 갈림길 앞에 서지만 기회는 한 번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 번뿐인 선택이 완벽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실수가 있더라도 자신의 선택 결과를 감당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선택할 수 없는 선택의 부재(不在)로 이미 나에게 결정되어 있는 것들이 많다. 성별, 신체조건, 부모, 가족, 가정환경, 인종, 시대, 국가 등이다. ‘출생’을 살펴보면, 세계의 나라 수는 통계 주체에 따라서 좀 다르지만 유엔 기준에는 195개국,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준으로 249개국이며, 총 인구는 약 76억명(2018년)이고 중국(14억 1500만명), 인도(13억 5400만명), 미국(3억 2600만명) 순이며 대한민국은 세계 27위로 약 5,180만명이 살고 있다.

‘출생’을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구나 모든 것이 잘 갖추어진 국가에서 최고 부자의 자녀로 건강하게 태어나길 원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선택할 수 없다. 세계 인구 중 개발도상국에서 만성적인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8억 2,000만명에 이르고(숫자로 보는 세계화 교과서), 수도를 통해 깨끗한 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인구도 많지만 특히 지구상에서 차가운 물과 따뜻한 물을 동시에 쓸 수 있는 인구는 10%도 안 된다고 한다.

‘죽음’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 어떤 위대한 사람이라도 죽음의 이유, 원인, 시기를 선택할 수 없다. 질병, 사고, 타살, 심지어 자살까지도 어쩌면 자신의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어디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자신의 종교, 신념, 철학에 맡겨 둔 채 죽음이 오면 그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이, 그 어떤 미련도 해결하지 못한 채, 조용히 눈을 감고 미지의 세계로 향해야 한다.

선택이 불가능한 ‘출생’은 어쩌면 가장 불평등의 원초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며, ‘죽음’은 삶의 과정 속에서 가장 두렵고, 어떤 죽음 앞에서도 ‘왜 나에게’ 라는 의문이 던져지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선택권은 없다. 이 외에 중대한 선택의 문제로 삶의 의식을 지배하고 내세의 문제를 좌지우지하고 심지어 전쟁을 유발하는 ‘종교’ 의 문제에 있어서도 선택의 자유가 없는 국가도 많다.

우리는 ‘출생’의 선택권이 없었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태어났다. 세계 여러 나라와 비교해 볼 때, 과거의 역사는 어두웠지만, 현재에는 다행히 전쟁도 없고. 기근,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도 많지 않으며, 너무 가난하여 굶주림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이 땅에서 지금 태어났다는 것은 다행이지 않은가?

게다가 종교 선택의 자유도 보장되어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억울한 일들이 참 많다. 공정한 기회와 공평한 평가를 받기 힘들 때도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시대를 잘못 만나 전쟁을 치르거나, 모든 것들에게 배제되는 운명 같은 아픔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노력을 하거나 대화를 하거나,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책이 있다면 좋겠지만 내 힘으로는 어떠한 방법도 찾아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괴롭고 힘들어서 몸부림치고, 여기저기 하소연해도 소용없는 억울한 기 막힌 사연들이 어찌 한 둘이겠는가? 운명이라는 것이 원망스럽고 한탄스럽지만 그럴수록 건강만 해치니 이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현실을 인정하고 다시 원점에서 출발하는 것 밖에 없다.

빌게이츠는 마운틴휘트니 고등학교 학생에게 ‘인생이란 원래 공평하지 못하다. 그런 현실에 대해 불평할 생각을 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라고 인생 충고를 해 주었다.

인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불공평이 출생과 죽음과 같은 중대한 불공평보다 크겠는가? 우리는 출생할 때부터 이미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겨 낼 수 있는 자질(資質)을 가지고 태어났다. 아무리 고난이 닥치더라도 너무 아파하지 말고,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너무 분노하지 말고 출생과 죽음의 불공평을 인정할 수 밖에 없듯이 나에게 닥친 어려운 일들을 잘 극복해 내면서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저작권자 © 안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