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휴식의 대표적인 용어는 ‘여행’일 것이다. 여행을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신이 난다.

특히 동행하고 싶은 사람과의 여행은 더더욱 설레이기 마련이다. 여행의 의미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껴보고, 많은 것들을 직접 경험하고, 평소에 먹지 못하던 다른 나라, 혹은 다른 지방의 독특한 산지 음식도 맛보는 색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시각장애인의 여행에 대해 흔히 “눈이 보이지 않아서 어디를 가든 캄캄해서 똑같을 텐데 어딜 가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비용도 많이 드는데 해외를 왜 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여행의 의미가 ‘적다’든가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면 아마도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일 것이다.

방학이 되면 자주 해외가족여행을 다녀오는 시각장애인 교사가 있어서, “여행 가시는 것 즐거우세요?”라는 질문을 해 보았다.

“꼭 즐겁다기보다는 그것이 사람 사는 것이지요. 뭐∼ 방학이 되면 여행도 가고...”라고 했다.

“맞다.”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휴가나 쉬는 시간이 오면 가족여행도 가고, 맑은 공기도 찾아가고, 새로운 공간에서 기분도 전환해 보고, 인생에 대해 사색도 하는 여행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시각장애인의 여행은 현지에서 경험을 통해 미지의 세계를 알아가는 경우가 많아서 좀 더 깊은 의미가 있다. 평소에 말로만 듣던 형태 없는 말 잔치가 아니라 직접 경험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신체 감각은 눈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시각 외에 청각, 촉각, 미각, 후각, 피부 그 외 여러 감각으로 느끼고, 인지하고, 기억하게 된다.

책과 매스컴, 각종 정보 채널에 의한 간접 경험을 통해 그동안 듣기만 했던 호기심과 관심이 많았던 장소에 직접 가서 그 곳의 특징이나 특색, 생산품, 수많은 자연의 신비함을 만져 보고 설명을 듣고 질문도 하면서 느끼는 직접 경험은 훨씬 더 효과적이다.

직접경험은 오랜 기억으로 남아서 내 것으로 만들어진다. 이런 측면에서 시각장애인의 여행은 더욱 절실하다.

몇 년 전 국가에서 시행하는 해외 교사연수 프로그램에서 시각장애인 교사와 동행한 적이 있다. 어쩌면 일반인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알아가는 진지한 태도 등을 보면서 오히려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각장애인이 처음 해외에 가는 경험을 되짚어 보면, 그동안 말로만 듣던 비행기 탑승을 위한 여권과 비자를 준비하고 검색대 등을 통과한 후, 비행기가 하늘을 오르는 짜릿한 맛을 느끼고 하늘에 떠 있을 때의 공간에서의 느낌, 기류의 경험, 그리고 비행기 내에서 일어나는 안내방송, 스튜어디스의 서비스, 기내 음식, 상품구입 모든 과정을 직접 겪으면서 비행기를 타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다.

해외에 도착하여 공항의 실황과 곳곳에서의 외국인의 대화소리를 들으면서, 외국인과 직접 말할 수도 있고, 그 현장의 실제를 동행인의 설명에 의해 세세하게 들을 수도 있다.

만약 해외에 가지 않는다면 들을 수 없는 많은 대화들이 오고 갈 수 있고, 직접 듣는 정보에 의해 그 나라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고 자신만의 이미지와 영상이 만들어지고, 그 기억들은 오래도록 남게 되어 해외에 갔었던 경험과 현지에서 듣고 배웠던 학습내용을 다양한 곳에서 언제든지 이야기 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화제에 대해 살아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

결코 책에서 얻어지지 못하는 직접 경험에서의 지식과 그 장소에서 느꼈던 감정과 희노애락(喜怒愛樂)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다.

해외여행뿐만 아니라 국내 여행도 마찬가지로 각 지역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성을 직접 알아가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매우 소중한 시간들이다.

시각장애인의 여행을 위해서는 동행자가 늘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여행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다. 모처럼 여행을 떠난 시각장애인이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이동시나, 식사시에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고, 여행지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도록 각 지의 해설사들의 세세한 전문적인 설명도 지원이 돼야 한다.

일반인보다 더 여행이 필요한 시각장애인들이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존중해 주는 모두의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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