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교통비부터 식사비, 커피비 등 많은 것들이 ‘돈‘을 지불해야 얻을 수 있다. 그러다가 가끔 핸드폰이나 메일 등에서 ‘무료(free)’라는 글자가 뜨면 뭔가 요구하는 ‘조건’이 있으리라고 짐작하면서도 혹시나 무료(free)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는 지 읽어보게 되고, 전화가 걸려 와 ‘고객님은 우수 회원이라서 무료로 이런 특전을 드립니다.’ 라고 하면 또 혹시나 하여 한참을 듣다보면 역시나 보험에 가입하라거나, 추가로 상품을 권하는 내용이어서 종종 실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을 잠시 멈추고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았던 무료(free)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쩌면 우리가 지불하고 있는 ‘유료’는 ‘무료’에 비하면 매우 작은 일부분일 수도 있고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생명을 얻으며 살고 있는 것 중에는 무료(free)로 얻은 것들이 더 많다는 느낌이다.

첫째는 신체이다. 만약 선천적인 질병을 가지지 않고 건강하게 태어나서 큰 병이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면, 그것은 기적 같은 일이며 값으로 친다면 참으로 비싼 값일 게다. 황창연 신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4명의 가족이 저녁식사를 한다고 하면 약 80억이 모여 식사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건강한 두 눈, 코, 신장. 심장, 간, 콩팥, 췌장 등등 많은 부분을 돈으로 환산하면 1인당 20억이 넘는다는 것이다.

건강한 신체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감사한 조건이다. 반면에 건강한 신체를 받지 못하여 많은 돈을 지불해야만 건강해지는 신체도 있고 아무리 많은 돈을 지불하더라도 건강해지기는 어려운 신체도 있다. 늘 일상의 불편함과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며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부모로부터 받은 신체는 가장 값진 것을 무료(free)로 받은 것이다.

둘째는 산과 들, 바다와 강 등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땅 한 평 내 것이 없다. 만약 소유한 땅만을 밟을 자격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나 자연은 소유하지 않아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귀한 것들이다. 내 것이 아니라도 내가 누릴 수 있는 산과 들, 바다와 강, 넓은 평야, 누가 내 것이라고 막아두지 않았고, 보지 말라고 시야를 가려놓지도 않았다.

내 집 앞에 있는 산과 들을 내 것처럼 볼 수 있고,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갈 수 있는 먼 바다나 강도 내 것이라 여기면 내 것이 된다. 매일 아침 걸을 수 있는 공원도 내가 걷는 동안은 내 것이다. 아름다운 하늘과 초록의 향연도 무료이다. 이 많은 것들을 무료(free)로 가지고 있는 것은 행운이다.

셋째 생존에 필요한 공기와 물 등이다. 돈으로 공기를 사서 마셔야 한다면 많은 비용이 필요할 것이나 숨을 쉴 수 있도록 공기는 무료(free)로 제공된다. 자연에서 흐르는 맑은 물도 무료(free)이다. 이 외에도 햇살과 비, 구름, 눈, 바람은 우리 곁에 무료(free)로 존재한다.

이외에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많은 것들이 있다. 나와 함께해 주는 가족, 친구, 동료, 나를 위로해 주는 좋은 말들, 하루를 살게 해주는 에너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 기도하는 마음, 이해하는 마음을 기반으로 한 ‘살 맛 나는 세상’ 등 주위를 한 번 더 돌아본다면 더 많은 무료(free)를 우리는 누리며 살고 있다.

「따뜻한 햇볕 무료, 시원한 바람 무료, 아침 일출 무료, 저녁 노을 무료, 붉은 장미 무료, 흰눈 무료,어머니의 사랑무료, 아이의 사랑 무료」양광모씨의 ‘무료’ 라는 시이다.

손으로 들고 있는 작은 ‘돈’만이 내 것이 아니다. 이 아름답고 넓은 땅과 하늘이 내 곁에 있으니 이 자연을 내 것으로 여기면 금방 부자가 된다. 어차피 모두 놓고 갈 것들인데, 소유해야 한다는 ‘욕심’만 버리면 건강한 신체로, 비록 건강하지 않더라도 자연을 벗 삼아 평안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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