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탁 서안산노인요양병원장/산부인과 의사

인생은 나그네길이라고 한다. 여성들이 그 나그네길을 가는데 3분의 1을 함께 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폐경’이다. 여성의 평균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여성이 폐경기로 지내는 기간도 역시 증가했다.

여성의 평균수명은 83세로, 여성은 누구나 인생의 약 1/3 이상을 폐경기로 보내게 된다. 그렇기에 폐경기 장애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질환이라 할 수 있다.

폐경에 따른 증상이나 장애는 과거에 여자의 일생 중 피할 수 없는 단순한 노화 과정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병적인 현상으로 간주하여 치료의 대상으로 받아들인다. 폐경기 여성의 관리는 이제 중요한 의학적,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폐경이란 월경이 영원히 종식되는 현상을 말하고 갱년기란 폐경이 오기 전 약 10년 정도의 기간을 말한다. 폐경이 되면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의 결핍으로 인해 육체적, 생리적, 정신적으로 많은 변화가 온다. 여성의 약 1/4은 45세 이전에 자연적 또는 인공적으로 폐경기를 맞게 되고, 여성의 약 1/2은 45세에서 50세 사이에 폐경기가 오며, 여성의 약 1/4은 50세 이후에 폐경기가 온다.

여성이 35세가 되면 난소는 무게와 크기가 작아지기 시작하여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점차적으로 감소하게 되고 이에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면 폐경이 오는 것이다.

폐경의 초기증상으로는 혈관 운동 증상으로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증상,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증상, 잠을 잘 못 자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 땀이 많이 나고 쉽게 짜증이 잘 나는 증상 등을 들 수 있다. 또 기억력이 감소하고 우울하고 불안 초조하며, 손발이 저리고 뼈마디가 여기저기 수시로 아프기도 하다.

3~4년이 지나면 비뇨생식계의 위축증상으로 빈뇨와 요실금이 잘 생기며, 질 주위가 건조하고 성욕이 감소하고 부부관계 시 불편하다. 5년 이상이 되면 골다공증으로 인해 손목, 대퇴부, 골반뼈 등에 골절이 잘 오게 된다. 이로 인해 허리가 굽어 ‘꼬부랑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 사는 데 있어 사회문화적 요인은 환경에 의해 결정되고 정신적 요인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폐경기 증상은 환경과 성격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되기도 한다. 폐경기 여성도 약 75%는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약 25%만 폐경기 증상을 지각한다. 폐경기 증상을 지각하는 여성들 중 약5%는 그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

폐경기 증상의 원인은 여성 호르몬의 고갈에 의한 것이다. 그렇기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당뇨병에서 부족한 인슐린을 공급하는 것과 같이 에스트로겐을 적당량 보충해 주는 것이다. 호르몬 대체요법을 실시하면 안면홍조와 오한과 같은 혈관운동 증상이 없어지고 비뇨생식계의 상피세포도 비후해져 통증과 요실금이 호전된다. 또한 말기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심장병과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

호르몬 복용기간은 약 5~10년 정도 장기간 복용하는 것이 좋다. 호르몬투여를 하기 전에 혈압, 간기능 검사, 유방암검사, 자궁경부암 검사, 골밀도 검사 등을 반드시 해야 한다. 호르몬의 제제로는 알약, 몸에 붙이는 패치, 바르는 겔, 질정, 질크림 등 여러 가지가 있어 사람에 따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

그 동안 호르몬치료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얼마 전에 WHI(Wones's Health Initiative, 여성건강에 대한 주도적인 연구)에서 발표된 호르몬 대체요법에 관한 연구결과에 대하여 논란 및 혼돈이 있을 수 있다. 그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WHI연구의 대상군은 27,500명의 폐경여성으로 일부는 여성호르몬을 투여 했고 일부는 투여를 안하고 5.2년만에 결과를 보았더니 관상 동맥질환은 1.29, 유방암은 1.26, 뇌졸중은 1.41, 폐색전증은 2.13, 직장 대장암은 0.63, 자궁내막암은 0.83, 대퇴부 골절은 0.66, 다른 원인에 의한 사망은 0.92였다는 것이다. 즉, 전반적인 위험도를 보면 심혈관 질환은 1.03, 전체 암은 1.03, 골절은 0.76, 사망률은 0.98이었다. 이것은 연간 1만명당 절대적인 위험도를 면 관상동맥질환은 7명, 뇌졸중은8명, 침윤성 유방암은8명 증가하였고, 직장 대장암은 6명, 대퇴부 골절은 5명에서 감소하였다.

다시 설명하면 보통 유방암은 1만 명당 30명이 발생하는데 호르몬을 투약했더니 38명으로 증가했다는 이야기다. 숫자로는 26% 증가이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호르몬을 투약하면서 1년에 한 번씩 유방암 검사를 받으면 조기에 발견할 수도 있다. WHI에서 실시한 폐경 여성에게 사용되는 호르몬 대체 요법에 대한 이점과 위험도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공중파 방송이나 신문 등 대중 매체에서 주요 뉴스로 보도해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는 환자들에게 혼란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것은 전문적인 지식과 정확한 정보가 없이 표피적인 사실만으로 호르몬 대체요법이 오히려 환자에게 위험한 결과만을 초래한다는 점을 과대 포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면 폐암이 술을 많이 먹으면 간암에 걸리기 쉽다고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데 모두 암이 걸리는 것은 아니듯이 호르몬도 마찬가지이다.

호르몬 대체요법은 안면홍조, 발한, 수면장애, 근육통 및 관절통, 질건조감 등의 폐경기 증상 완화에 대한 강력한 치료 효과를 나타내고, 피부의 탄력성유지, 노인성 요도염 및 질염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여성호르몬 요법은 폐경기 여성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여전히 유효한 치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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