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풍요 속에서는 친구들이 나를 알게 되고 역경 속에서는 내가 친구를 알게 된다.(In prosperity our friends know us; in adversity we know our friends)” 존 철튼 콜린스의 명언이다. ‘탕자’의 비유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돈과 권력, 명예가 있다면 친구는 많을 것이다. 그러나 가진 것이 없어지거나 건강을 잃어 중도(中度)에 장애가 생겨 힘들어진다면 나의 아픔을 위로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내 곁에 있을까?

일반인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을 환자가 되거나 장애를 가지게 되면 종종 할 수 없게 되는 일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인 트래비스(10)는 뇌종양으로 인해 방사선 치료를 받았고, 그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져서 학교에 가는 것이 고민이었다. 학교에 가면 혼자서 머리카락이 없기 때문에 놀림이라도 받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학교에 등교한 트래비스는 깜짝 놀랐다. 담임교사와 같은 반 남학생 15명 전원이 트래비스와 같이 삭발을 했기 때문이다. 2013년 「뇌종양 친구 위해 단체 삭발」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트래비스의 반 친구들이 암에 걸린 친구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다 같이 삭발을 했다’고 전했다.

트래비스가 빠진 머리카락을 다시 만들어 낼 수는 없어도,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머리카락을 친구를 위해 잘라낼 수는 있다. 트래비스 반 친구들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암 투병을 하고 있는 친구가 학교에 올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에 대해 진심어린 고민을 했을 것이고,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도 너와 같다. 너는 특별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몸소 표현하고자 하는 ‘공감’에서 이루어진 행동일 것이다. 이런 친구를 가진 트래비스는 행복한 사람이다.

브라질의 한 초등학교 파티에서 청녹색 드레스를 입은 소녀들과 검정 정장을 차려입은 남학생들이 친구나 부모님 혹은 친척을 댄스 파트너로 정하여 춤을 추기로 하였다. 그런데 한 소녀가 장애로 인해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남동생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이 소녀는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아름다운 동작으로 휠체어에 탄 동생과 함께 춤을 멋지고 자연스럽게 추었다. 휠체어에 드레스 자락이 밟혀도 당황하지 않았다.

이 소녀의 마음에는 이런 즐거운 자리에서 사랑하는 남동생과 함께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었고, 동생이 비록 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멋진 댄스를 함께 출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이런 진심어린 마음에는 휠체어도 장애가 되지 않았고,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 세상을 밝게 해 주었다.

유안진 교수는 「그런 친구」 라는 시에서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 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중략∼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라” 라고 표현하였다.

직장인의 애로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면, 대부분 ‘업무수행’보다는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업무처리에 뛰어나거나, 혹은 미숙하면 시기와 질투, 미움의 타깃(target)이 되기도 한다. 서로에 대한 이런 태도는 곧 자신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내가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어려울 때 공감하는 ‘이런 친구’가 된다면 언젠가 그 타인도 또한 나에게 ‘이런 친구’가 될 것이고,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직장 혹은 인간관계는 행복한 삶의 원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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