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야 할 것, 알려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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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야 할 것, 알려야 할 것
  • 이태호 기자
  • 승인 2019.06.1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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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기자

안산시는 최근 유별난 한 소송에 휘말렸다. 그것도 패소할 경우 무려 215억이 넘는 금액을 뱉어내야 하는 대형 소송이다. 그리고 1심에서 패소했다.

이것이 왜 유별난 고 하니, 이번 소송의 원인이 된 사안을 진행함에 있어 시 담당 공무원이 저지른 과오라고는 찾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15억이 오가는 소송 1심에서 졌다. 꽤 아이러니하다.

내용인 즉, 담당 공무원은 지난해 기존 업무를 수행하던 중 관련 법령 시행규칙이 바뀐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바뀐 부분을 안산시에 적용했을 경우 한전으로부터 수백억 원의 점용·사용료를 추가로 받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를 해양수산부에 질의했고, 부과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 낸다.

그리고 한전에 점용·사용료를 부과한다. 그리고 납부를 받았다. 예상치 않았던 안산시의 추가 세입 215억을 받아낸 것이다.

이는 당연히 포상감이 아닌가? 그냥 기존의 하던 업무만 하고 바뀐 법령을 찾아보지 않았다면 215억의 추가 수입은 남의 이야기였을 테니.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전에서 이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진행했다. 이름만 대면 알 법 한 대형 로펌이 그들의 뒤에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1차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판결문을 보면, 참 우습다.

재판부는 원고, 즉 한전 측의 대부분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단 하나, 공유수면 점용허가 당시 점용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는 한전 측의 주장은 한전의 정당한 신뢰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며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시가 한전에 215억 전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조금 더 풀어 설명하면, 한전과 시의 계약 당시, 즉 공유수면 점용허가 당시 지금 문제가 된 수면 상부에 대한 점용료를 받지 않기로 한 어떠한 계약 문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의 허가(계약)를 당연히 철탑 부지에 대한 점용료만 내는 것으로 상호 인지했기에 나머지 부분에 대한 점용료 부과는 한전 측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에 초점을 뒀다. 법령이, 시행령이, 시행규칙이 바뀌었음에도 말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1심 판결은 내려졌다. 그리고 이제 안산시가 바빠졌다. 내부적으로만.

215억을 물어내야 하는 소송에서 진 것이 올 1월이다. 그럼에도 안산시의원 누구도 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 아니, 인지했을지는 모르나 공식적인 문제제기나 질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

이번 소송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시가 고문변호사에 대한 수임료 상한액을 철폐하기 위한 조례를 상정하면서부터다.

이에 대한 이유를 묻는 과정에 소송의 내용이 불거진 것이다.

215억짜리 소송을 하는 데, 착수금 2천만원과 승소사례금 3천만원으로 묶인 승소사례금으로 한전을 상대할 변호사를 구할 수 없음은 너무나 자명하다.

근래 안산시가 이와 같은 금액을 다투는 소송을 한 적이 있는가? 최근 5년 간 중요소송으로 지정된 건만 봐도 지난 2015년 소가 64억원에 이르는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 그나마 이에 가장 근접한 소송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건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한다.

어찌됐건, 215억원짜리 소송에서 패소한지 5개월이 지나서야 지역 정가에 이 같은 내용이 알려졌다. 개탄할 일이다.

‘패소’라는 단어에 집착해서일까? 이를 내부적으로 조용히 진행해서 만약 최종적으로 한전에 215억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처음 215억원의 예기치 못한 세입을 일으킨 우수 공직자를 희대의 죄인으로 만들 생각인 것인지?

시는 이번 사건을 대하는 자세를 완전히 달리 해야 한다.

시와 언론, 정치권 모두가 합심해 자칫 부당하게 뺏길지 모르는, 정당하게 부과된 점용·사용료를 지켜내야 한다.

담당 공무원의 행정 행위는 분명 공유수면법 시행령에 의거한 정당한 행위였다. 그렇다면, 시는 모든 행정력과 정치력을 동원해 이에 대한 권리를 지켜내야 한다. 전직 시장을 역임한 김철민 국회의원은 지난 20대 국회 전반기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전해철 국회의원은 법무법인 해마루의 변호사 출신이며, 해마루는 지난 2015년 소가 64억에 달하는 소송의 승소를 이끌어냈다. 박순자 국회의원는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자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맡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시에 자문,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들이다.

왜 언론에 알리지 않는가?

언론은 무조건 부정적이어서? 언론에 알리면 좋을 게 없어서? 시는 그들의 행위가 떳떳하다면 소송의 패소사실을 숨겨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같은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모두의 마음을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언론도, 정치인도, 공직자도, 방법은 다르지만 결국 안산의 발전이라는 같은 방향성을 갖고 걸어가는 존재들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소송에 있어 안산시는 옹진, 화성, 보령 등 같은 상황에 처한 지자체의 선봉장으로서의 역할을 확실히 수행해야 한다.

최소한, 행정 절차에 있어 시의 잘못은 없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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