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보호의 원칙’의 희생양...市, 한전에 215억 소송 1심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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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보호의 원칙’의 희생양...市, 한전에 215억 소송 1심 ‘패소’
  • 이태호 기자
  • 승인 2019.06.1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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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2017년 개정 시행령 따라 철탑 선하지 215억 점용료 징수
한전, “철탑 이외 공유수면 점용료는 받지 않기로 했다”며 소 제기
담당자 행정처리에는 문제 없어...시, “항소 할 것” 2심 결과 주목
한전과의 소송에서 시가 승소하기 위해서는 시의 행정적 법적인 노력 뿐 아니라 관내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조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대부도 공유수면에 설치된 철탑의 모습.

안산시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서 제기한 대부도 공유수면 점용료부과처분취소 소송 1심에서 패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파장이 일고 있다.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시는 지난해 한전으로부터 받은 점용료 215억5천여만원을 고스란히 토해내야 할 상황이어서 앞으로의 시의 대처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원지방법원 제5행정부(재판장 권덕진)는 지난 1월 10일 내린 1심 선고에서 안산시가 지난해 3월 한전에 부과한 점용료·사용료 215억5천522만8천720원에 대한 부과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소송은 시가 그간 한전이 대부도 공유수면에 설치, 사용해 온 송전철탑 41기의 철탑부지에 대해 부과해 온 점용·사용료 이외에, 지난해 3월 한전 측이 제출한 도면에 의거해 총 47기의 철탑이 점유하고 있는 공중공간(선하지)에 대한 점용료를 추가로 부과해 납부 받은 비용을 한전 측에서 돌려달라는 취지로 제기한 소송이다.

한전은 철탑 선하지의 점용료 부과에 대해 시의 부과 처분이 법률상 근거가 없이 이뤄졌으며, 송전철탑의 공유수면에 인접한 토지가 잘못 선정되었고, 공유수면 점용허가 당시 점용료를 받지 않기로 했기에 위법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시가 부과한 법률상 근거에는 문제가 없으며, 해당 업무 규정은 해양수산부고시로 시행된 것으로 그 형식과 내용이 재량준칙에 불과하기에 토지 선정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공유수면 점용허가 당시 점용료를 받지 않기로 했기에 위법하다는 한전의 주장에는 한전 측의 ‘정당한 신뢰에 반하여 이뤄진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하며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신뢰보호를 요구하는 개인보호의 사유가 소급효를 요구하는 공익상의 사유보다 중대하다고 판단된다’고 적시해 안산시가 한전에 지켜야 할 신뢰보호의 원칙을 정당한 행정절차에 의한 점용료 부과보다 우선적인 요소라고 판단했다.

신뢰보호의 원칙이란, 행정기관이 국민에 대해 행한 언동의 정당성 또는 계속성에 대한 보호가치 있는 개인의 신뢰를 보호하는 법원칙을 말하는데, 이번 판결로 인해 과연 한전이 안산시에 대해 개인의 입장을 취한 대상인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는 시정조정위원회를 열어 위 사건을 주요 소송으로 지정하고 항소에 들어갈 것”이라며, “공직자의 정당한 행정절차에 의해 진행된 적법한 부과였기에 시는 끝까지 법적 다툼을 해 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오히려 칭찬받아야 할 행정...‘초행정적’ 대응 필요

옹진, 보령 등 안산의 소송 결과 예의 주시

관 · 정 합심해 시의 재정 손실 막아야

이번 사건의 경우 시 관련부서 담당자의 잘못된 행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오히려 철저한 자료 검토를 통해 시의 재정에 200억 이상 이익을 안겨다 준, 칭찬받아 마땅한 행정처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판례가 없다는 점, 대형 로펌을 등에 업은 공익적 성격을 띤 한전과의 소송이라는 점 등을 놓고 볼 때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는 2010년 10월 공유수면법 시행령이 제정된 이후 법적으로 공유수면 상부에 대한 점용료를 부과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2017년 1월 시행규칙이 개정된 것을 담당자가 인지, 해양수산부에 질의를 거친 끝에 부과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고 한전 측에 정당하게 부과한 사안이다.

시 담당자는 “법적이나 행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점용·사용료 부과”였다며, “한전측에서 주장하는 공유수면 점용허가 당시 점용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번 판결 결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신뢰보호의 원칙’이 재량범위가 상당히 큰 추상적 요소가 강한 원칙이라는 점도 시에 그리 유리한 정황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해당 사건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신뢰보호의 원칙은 그 대상과 범위를 정함에 있어 재량범위가 매우 넓다”면서 “특히 한전은 해석에 따라 공익적인 부분을 강하게 볼 수도, 민영화 된 부분을 강조하면 개인적으로 볼 수도 있어 상당히 판단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적 다툼이 지자체가 한전과 벌이는 철탑선하지와 관련된 최초의 소송이며, 이번 판례에 따라 같은 상황에 놓은 다른 지자체들의 움직임이 결정된 다는 점도 이번 소송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옹진, 보령, 화성 등 철탑 공유수면 점용료를 한전에 부과하고 있는 일부 지자체들은 이번 소송 결과를 예의 주시하며 안산이 승소할 경우 자신들의 철탑선하지에 대한 점용료 부과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칫 한전이 여러 지자체들로부터 점용료 폭탄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을 재판부가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항소를 결정한 시는 이번 사건을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하면서도 반드시 승소하겠다는 결연한 분위기다. 이미 지난 3월 고문변호사 수임료 상한선을 폐지하는 안산시 고문변호사 및 고문변리사 운영 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며, 중요 소송으로 지정해 사실상 수임료의 상한 없이 무조건 승소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번 다툼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 분명한 만큼 시가 승소하기 위해서는 시의 행정적 법적인 노력 뿐 아니라 관내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조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송바우나 안산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번 사안은 시의 잘못으로 촉발된 것이 아님에도 자칫 200억원이 넘는 재정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위급한 사안”이라며 “시장을 비롯한 공무원과 시·도의원은 물론이고 지역 국회의원 모두가 관심을 갖고 시의 재정 손실을 막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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