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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가 자유로웠던 선배
김희삼 안산청소년재단 대표이사
세상 생각하기 2
[김희삼] 안산청소년재단 대표이사

이참에 내 주위를 돌아본다. 맘속에 두고 행복해지는 지인이나 친구가 있을까. 고민 끝에 ‘리스크’를 무릅쓰고 조심스럽게 세 사람을 골랐다. 고인이 된 선배, 이민을 간 친구 하나, 소목장 친구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내가 중히 여기는 ‘향기로운 사람들’인가 하고 봤더니 그것은 또 아닌 성싶다.

당사자와는 무관하게 순전히 내 기준으로 선발하고 내 편의대로 결론 내린 사람들이다. 나에게도 내 방식의 향기를 찾아 나설 권리는 있으리라. 상상력을 더해 각색한 그들의 모습은 이렇다.

Y선배는 언론 사업 방랑의 경계를 임의대로 넘나들던 자유인으로 지칭된다. 우리 경험에 좀 낯설기는 하지만 그는 ‘좋으면’ 무엇이든지 하는 사람이었다. 일찍부터 자신이 사는 소도시에서 열악한 광고비로 지역 신문을 만들어 서민들의 소식을 전달했고, 어느 해는 중심부에서 이탈하여 무소속으로 지방의회 진출을 시도하여 그 지역 정서에 정면으로 대드는 객기를 보이기도 한 사람이다. 남들은 재정적으로나 조직으로나 열세인데 그건 아니지 않느냐 했지만 좋아서 하는 일인데 뭐가 문제냐는 것이었다.

귀가길 생맥주 집에 들어가 혼자 마시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그의 모습이다. 그럴 때 그는 후배들을 불러내 긴 시간 동안 주변정담 하기를 좋아했고 그러다가 주말이 되면 예고 없이 먼 섬으로 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다.

그는 또 다양한 주제의 이바구를 현란하게 구사하여 명성을 날리기도 했는데 버스를 타고 서울을 출발 지리산으로 가는 댓 시간 남짓 단 10분도 쉬지 않고 남녀상열지사의 육담을 늘어놓아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 일은 지금도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 사람의 만담 재능은 입심으로 영향력이 있다는 관광버스 기사를 일거에 침묵시켰고 칠순잔치 재야 사회자를 압도하는 것이어서 우리 주위 최고 광대 역할에 모자람이 없었다.

넘치는 ‘끼’에서 뿜어내는 애조 띤 노래 솜씨 또한 견줄 만한 사람이 없었다. 특히 즐겨 부르던 「향수」는 그의 입을 빌어 원작보다 더 원작같다는 평을 받았는데 두 눈을 지그시 치켜 감고 청중을 휘어잡는 무대 카리스마는 일품이었다. ‘고향’을 손에 닿을 것같이 절실하게 부르는 그의 노래 음성은 정지용 시에 묻혀 들어와 고향 그리움으로 듣는 이의 폐부를 찔렀다. 험 잡을 수 없는 선배의 향수를 들을 때마다 내 눈 앞에 해설픈 평화가 보이고 짚베개를 돋우시는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그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머리 좋은 광대이자 주위 사람들이 동네 형이라 부를 수 있는 제반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사람이었다.(계속)

안산타임스  ansantim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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