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인 숙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부모’하면 대부분 공통적으로 나이에 관계없이 마음이 짠한 아픔을 느낀다. 특히 부모님이 돌아가신 경우에는 더더욱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동안 사랑을 받았던 순간순간이 그립기도 하고, 이제 좀 살만하니 부모에게 효도도 하고 싶은데 이미 내 곁에 안계시니 슬픔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부모님이 살아계신 경우에는 집안의 상황에 따라 너무나 다르다. 독립 혹은 자녀와 함께 거주하시는 부모님, 실버타운이나 양로시설 혹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요양원에 계시는 부모님 등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계신 ‘부모’는 때로는 자녀의 짐이 되어 오히려 가정의 화목을 깨는 경우도 종종 본다.

자녀가 어릴 적에는 ‘부모’의 곁을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마치 세상이 다 없어질 것처럼 울어대고, 그렇게 찾아대던 ‘부모’는 어느 날부터 ‘돈’이나 ‘도움’이 필요할 때 나타나는 로버트 정도로 변신을 하게 된다.

더구나 출가를 하게 되면 그들의 가족들과 함께 지내야 하고 바쁜 일정 때문에 부모가 쉽게 찾아갈 수도 없고 자녀와 부모가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게 된다.

의학의 발달과 식습관 등 많은 부분이 개선되면서 2017 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2.7세(남자, 79.7세, 여자 85.7 세)로 70년대 61.5세(남자 58세, 여자 65세)에서 약 50년 만에 무려 21세가 늘어난 장수 시대에 도달하였다.

인생이라는 빵의 재료는 ‘사랑’과 ‘고통’이라고 하는데 세월이 갈수록 스스로 견뎌야 할 고통의 크기는 점점 커지는 것 같다. 몇 일전 지인의 아버님은 홀로 되어 사시다가 병이 들고 우울해지니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받아드리고 견디는 것이다’ 라고 박완서 시인은 말했는데, 고통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누구라도 이런 죽음을 원하지는 않지만, 노년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쌓이게 되면 이런 안타까운 죽음을 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나이가 들면 자신이 살아 온 ‘고통’과 ‘고난’의 여정을 누구에게인가 하소연 하고 싶지만 들어 줄 사람은 거의 없다.

자녀는 자녀대로 이 시대를 살아가기가 버겁고, 남편이나 아내는 자신의 생에 대한 무게만 더 무겁게 느껴서 상대방의 푸념 섞인 과거의 힘든 시간들을 들어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황혼이혼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나의 기막힌 인생이야기를 떨어 놓고 위로를 받을수 있을까? 나만큼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없으니,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나누며 건강하게 스스로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살다가 더 나이가 들면 누구나 희망하듯이 품위를 잃지 않고 홀연히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그러나 준비 없는 성공은 없다. 우선 건강하게 살기 위한 규칙적인 ‘운 동’과 ‘취미생활’ 그리고 좋은 ‘인간관계’가 필요하다.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물질적 가치’보다는 ‘정신적 가치’ 를 찾아 행복의 차원을 높이는 것이다. 정신적 가치는 ‘소 유’에서 오는 만족이 아니라 스스로 ‘창출’해 내는 것이다.

예술과 문화를 통한 미적가치 창출, 인간이 좌절을 극복하고 희망을 갖고 살아갈 힘을 제공하는 종교적 가치 등 에서 삶의 의미를 보다 더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고집스럽고 초라한 ‘부모’가 아니라, ‘부모’라는 이름으로 멋지고 아름답게 기억되기를 기대하며, 이제부터라도 노년의 삶을 위해 꾸준히 준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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