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서울의 부암동, 평창동, 삼청동 인근을 지나다 보면 높은 담벼락과 접근하기에도 위압감을 주는 출입문들을 볼 수 있다. 이런 궁궐 같은 집을 찻집이나 높은 공간에서 내려다보면, 멋진 소나무를 중심으로 잘 가꿔진 잔디밭에 앞뜰, 뒤뜰의 조경이 아름답다.

궁궐 같은 큰 집에서 가사도우미와 기사를 두고 살면서 자신이 원하는 명품들을 이것 저것 사들이고, 위풍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이 드라마에 비추어진 부자의 상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부자를 부러워하며, 복권에 당첨되든지, 사업이 대박이 나든지, 어떻게 해서든 ‘나도 저런 부자로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부자가 되면 우리가 꿈꿔 왔던 것처럼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삶이 되는 것 일까?

요즘 검색어 1위에 올랐던 이혼소송과 관련해서 남편이 공개한 동영상 내용 중 아내로 짐작되는 사람의 소리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남편에게 ‘게걸스럽게 미친X처럼 도미조림을 먹는 게 그게 정상이야?’ 라는 아내의 발언 은 도저히 8년이란 긴 세월을 함께 한 부부의 모습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나고 분노에 차 있을까? 무엇이 부족해서 이토록 흥분을 해야 하나? 가족끼리 강자와 약자가 있어 보이고, 약자가 ‘의사’라는 점도 좀 낯설다. 이 사건보다 좀 더 우리를 놀라게 한 사건은 PD수첩에서 방영된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의 내용이다.

모 호텔 사장은 아내를 지하실에 4개월을 감금하고, 그의 자녀들을 시켜 미리 준비한 사설 구급차에 태우기 위해 친엄마를 집에서 강제로 끌어내게 했다. 집에서 떠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억지로 자녀에게 끌려가는 모습은 30년간 4명의 자녀를 양육한 어머니의 모습이 아니었고 재벌 사모님의 모습은 더더욱 아니었다. 게다가 그런 과정에서 생긴 찢어진 옷과, 온 몸에 생긴 멍 자국, 심지어 신발도 신지 못하여 구급차에 있는 슬리퍼를 신고 집에 도착한 딸의 모습을 촬영한 엄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결국 자녀들의 행동에 희망을 잃고 한강에 투신한 호텔 사모님의 일생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물론 상대편의 상황논리도 들어봐야겠지만, 드러난 부분만을 볼 수 있는 우리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우리가 사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잠시 잊다보면 ‘돈’은 편리한 삶을 위한 수단일 뿐이고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수입과 지출을 조화롭게 맞춰 살아가면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생동안 시간과 정열을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돈’이 많고 적고는 상대적 개념이고 비싼 집에서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정작 돈이 필요할 때에 ‘나는 돈이 많다!’고 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돈을 쓰는 규모는 다를지 모르지만 소위 부자거나 아니거나 ‘돈 없다’고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더 많이 가진 자’를 생각하며 인생의 목적을 되새겨 본다. 《논어》의 첫머리에 나오는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친구가 먼 곳으로부터 찾아온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 라는 옛글이 새삼스럽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평생학습을 ‘본능’이라고 어느 학자가 이야기 하였듯이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책을 통해서나 현장에서, 경험에서 배우는 ‘기쁨’을 아는 사람이라면 자존감을 바탕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고, 지원할 줄 아는 자가 될 것이며 이런 사람을 진정으로 ‘더 많이 가진 자’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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