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기자

3월, 봄이 시작되는 달이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기계적으로 4계절을 구분지어 왔다. 지구의 온난화를 비롯한 이상 기후가 이어지며 머지않은 미래에 이와 같은 ‘기계적 계절 구분법’은 사라지거나 수정될 테지만, 어찌 됐든 아직까지 3월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달이다.

3월 초, 안산을 연고로 하는 두 프로 구단의 일정이 묘하게 교차됐다.

OK저축은행 배구단은 지난 11일 올 시즌 정규리그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경기에서 선두 대한항공을 상대로 3대2로 승리를 거뒀다.

이미 순위가 결정된 상황에서 치른, 조금은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는 경기였지만 OK저축은행의 모든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승리를 거두고 5위를 차지해,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불명예를 다소 간 씻어내고 다음 시즌의 희망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보다 한 주 앞선 지난 3일, 와스타디움에서는 안산 그리너스FC 축구단의 리그 개막전이 열렸다. 안산 그리너스FC는 VAR, 편파 판정 논란 속에 아쉽게 패배를 맛봤지만, 사상 최악이라 했던 미세먼지의 공습 속에서도 5천명이 넘는 유료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한때 여자농구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안산 신한은행 여자농구단이 인천으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안산을 연고로 하는 프로 스포츠 구단의 성적은 사실 썩 좋지 않다. 최근 3년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한 OK 저축은행도 그렇고, 시민 구단 창단 이후 두 시즌 연속 9위에 머문 안산 그리너스FC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프로의 생명이라 불리는 관중 동원 수에 있어서는 안산의 두 구단이 어깨를 필 만 하다. 비록 규모가 크진 않지만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상록수체육관은 만원사례가 다반사다. 안산 그리너스FC의 홈경기를 찾는 관중 수 역시 리그2의 최상위권이다.

일각에서는 안산 그리너스FC의 성적 부진을 두고 과연 시가 이 구단에 수 십억원의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한다.

하지만, 비록 팀은 패배했을지 몰라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시민들의 얼굴들을 유심히 관찰한다면,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머쓱해 질지 모르겠다.

아직 시민들 마음속에 ‘우리 팀’이라는 강한 애착이 있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도 단지 영화 관람이나 쇼핑이 아닌, 수준 높은 볼거리가 있다는 자부심, 그리고 이번이 아니면 다음에는 더 재미있는 경기를 통해 승리를 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은 다들 갖고 있다고 자신한다.

올 시즌 K리그 이슈의 중심에 있는 대구시민축구단을 보라. 불과 1년 전, 그들의 홈경기에는 유료관중이 1천명도 찾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500억원을 투자해 1만 2천석의 아담하지만, 어엿한 축구전용구장을 가진 그들은 매 경기 만원사례를 기록하며 성적까지 수직 상승하고 있다.

안산을 대표하는 두 프로구단에 보내는 시민들의 성원은 뛰는 선수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다시금 안산 시민들에게 돌아온다. OK저축은행 배구단과 안산 그리너스FC의 존재로 인해 이 같은 선순환이 1년 내내 계속될 여건이 갖춰진, 안산은 충분히 역동적일 수 있는 도시다. 배구는 잠시 안녕...이제는 우리 모두 축구에 열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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