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기자

지난 8일, 상록수공원 문화공간 조성사업의 준공 기념 행사가 열렸다.

그리 크지 않은 공사 규모에 비해 주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 등을 거치며 2년여 만에 준공에 이른 상록수공원 문화공간은 분명 인근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의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이번 상록수공원 문화공간 조성사업 준공의 핵심은 사실상 최용신 기념관의 재발견이 아닐까 싶다.

‘최용신’이라는 인물이 상록구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심훈의 ‘상록수’라는 소설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최용신은 1930년대 현재 상록수 공원 부근인 샘골에서 농촌계몽운동을 하던 최용신은 당시 YWCA의 지원이 끊긴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고 한다.

“조선의 부흥은 농촌에 있고 민족의 발전은 농민에 있다 하거늘, 배우지 못하고 가르치치 못한 우리에게 무슨 발전이 있으며 늘어감이 있겠습니까. 도시의 여러분이여! 당신의 생활은 얼마나 행복스럽고 얼마나 안락하십니까. 여러분 중에는 하루 저녁 오락비와 한 벌 옷값으로 몇 백워을 쓰신다 하옵거늘 우리 농촌의 어린이들은 자라기에 배가 고프고 배움에 목이 마릅니다. 뜻있는 이여 우리 농촌의 아들과 딸의 눈물을 씻어주소서.”

이 글을 쓰고 채 1년이 지나지 않나 최용신은 숨을 거뒀다.

우리는 진정성 있는 나라사랑의 모습을 보여준 최용신의 모습을 기억하지만, 실상 그녀를 기념하는 기념관은 아파트와 유흥가 사이, 그것도 잘 보이지 않도록 마치 은폐, 엄폐시켜 놓은 듯 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오랜 기간 인근에 거주한 주민들마저도 최용신 기념관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할 정도로 숨겨져 있던 최용신 기념관은, 이날 준공 기념행사를 통해 비로소 시민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 우리 안산이 처한 상황을 당시의 어려웠던 시기와 비교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따를 것이다. 당시 일제강점기 우리 조상들이 겪은 고초를 불과 100년도 지나지 않은 기간동안 엄청난 발전을 통해 안락한 삶을 영위하는, 그러면서도 인근 도시와 비교하며 더 발전하기를 원하는 욕심 많은 지금의 우리와 비교할 순 없다.

하지만, 모두가 기회보다는 위기를 말하는 지금의 안산에, 과거 최용신과 같이 자신을 희생해 지역의 중흥을 이끌어 보겠다는 당찬 모습을 지닌 인물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희망적일까?

시민 앞에 민낯을 드러낸 최용신 기념관처럼, 그간 숨겨져 있던 안산을 위해 자신을 던질 수 있는 누군가가 불현 듯 나타나 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너무 이상적인 상상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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