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살다보면 부부 간에도 가끔 다툼이 있게 된다. 다툼이 커지는 대부분의 원인은 과거에 대한 섭섭함과 후회, 그리고 아쉬웠던 이야기가 줄줄이 나올 때이다. 방금 일어난 다툼의 원인을 뛰어넘어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아님 ‘내가 당신에게 어떻게 했는데. 나에게 이럴 수가 있어...’ 이런 과거에 대한 복합적인 설움이 더해져서 울분으로 변하고 한스런 과거사의 서설이 반복되어 이어질 때 서로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미국인과 결혼하여 미국에서 생활하는 친구에게 “넌 인생에서 후회하거나 아픔 같은 거는 뭐가 있니?” 했더니 “나는 그런 거 없어. 그냥 삶에 대해 감사해” 라고 진심으로 답했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국인은 ‘한’(恨)이 많다고 한다. 왜 ‘한’(恨)이 많을까?

우선 부모로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보다는 오직 자녀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고 자녀가 성장한 후,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그 때 가서 남들이 하는 여행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는 희망과 꿈을 안고 사는 사람이 많은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이런 캥거루 보호의식은 한국인들이 유독 강한 것 같다. 미국 사회에서는 거의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녀는 당연히 독립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독립된 주체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일본은 대학교의 학비는 부모가 지원해 주어도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결혼비용은 독립해서 스스로 책임을 진다. 한국은 대학 학비와 결혼비용, 심지어 결혼 후 2세 양육까지 부모가 책임지는 경우도 많다. 늘, 숙제 속에서 살다가 노년기를 맞이하게 되면 이제 건강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러니 그동안 자녀를 양육하며 느꼈던 즐겁고 행복한 기억보다는 겪어왔던 수많은 위기와 고통 등이 더 깊은 기억으로 남게 되고, 이러한 기억들은 지속적으로 반복되며 서로 자신의 ‘공’을 앞세워 상대방의 ‘부족함’을 지적하고 비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왜 상대방이 살아 있을 때는 좋지 않은 점만 기억되고, 왜 똑같은 그 사람인데 죽으면 좋은 점만 기억하며 슬퍼하고 애통해 할까?

지난 세월의 아픔을 말하기에는 이미 지나가 버린 허망함이다. 아무리 한탄하고 원망해도 돌아갈 수도 없고 수정될 수도 없다. 현재와 미래는 남아 있다. 나의 생각을 중심으로 계획할 수도 있다. 그러니 얼마나 소중한가? 현재의 시간을 과거의 원망이나 회한에 쓸 필요가 없다. 부모가 좋지 않은 과거로 인한 한탄으로 시간을 보낸다면 자녀들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나, 부모가 희망적으로 현재를 계획하고 미래를 설계한다면 자녀들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 성공하는 삶을 사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나의 하루를 행복한 일상으로 만들기 위해 가끔 자신에게 정체성을 비롯한 다양한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 “나는 누구이지?” “나의 인생의 목적은 무엇이지?” “나는 오늘 스스로 공감 받고 칭찬 받을 수 있는 일은 했나?”

 “오늘 죽어도 나는 인생의 후회는 없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인생을 뒷 순서로 하지 말고, 일상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시간적, 경제적 지분을 나눠 놓고, 오늘을 살아야 한다. 늘 뒷전에 있다가는 어느 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닥쳐오는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고 후회만 남을 수도 있다.

‘까르페디엠’(Carpe diem)!! 현재의 나를 소중히 여기고 현재의 나에게 충실하고 현재의 나를 즐기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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