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모르면서 수업 받는 학생의 고통을 알아야 한다”

다문화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한 초등학교에 ‘세계를 향해 큰 꿈을 키워가는 행복한 학교’라는 구호가 걸려 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그런 꿈을 주어야 한다. 김태창 기자 ktc@ansantimes.co.kr

① 안산다문화가정 학생 현황

② 다문화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③ 다문화를 통해 안산의 품격을 높이자. 

안산타임스가 2019년을 맞아 안산의 다문화교육 전반을 짚어보고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다문화사회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접근할 것인지 그 대안을 찾아보고자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그동안 3회에 걸쳐 첫 번째, 안산다문화가정 학생 현황. 두 번째, 다문화교육 어떻게 할것인가. 세 번째, 다문화를 통해 안산의 품격을 높이자는 순서로 준비했다.

오늘은 그 마지막으로 ‘다문화를 통해 안산의 품격을 높이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다문화아이들을 교육하고 있는 일선 교사들은 다문화 아이들이야말로 미래의 외교관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나라에서 성공해 다시 한국을 찾을 때는 어떤 신분으로 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아이들은 그들을 외국인 아이들로 보지 말고 우리나라에 유학 온 인재로 볼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산에는 곳곳에 국제학교가 있다는 생각으로 학교를 다니면 내국인과 외국인이 한데 어울려 공부하는 위윈학교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 곳의 학교에서 중국어, 러시아어, 영어 등을 동시에 배울 수 있고 나라별로 친구를 사귈 수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더 없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아이들의 부모들 생각은 전혀 다르다. 자신들의 아이들이 외국인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게 되면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보고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등 점점 더 외국인 아이들은 늘어나지만 한국인 아이들은 줄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으로 이같은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우리 모두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학교・교육청・안산시의 삼위일체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해설 >>

“한국어를 모르면서 수업 받는 학생의 고통을 알아야 한다” 

다문화아이들은 모두가 내 친구

글로벌시대 대비 친구를 넓힌다 

 

다문화아이들이 이제는 안산전역에 분포돼 있다.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사진은 다문화아이들이 많이 다니고 있는 한 고등학교 모습이다. 김태창 기자 ktc@ansantimes.co.kr

2018년 12월 기준 안산에는 모두 22개국의 아이들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은 중국어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이다. 영어권 아이들도 있지만 그 수는 일부에 그치고 있다.

많은 외국인 아이들이 한국어를 모른 채 한국인 교사가 수업하는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일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아이들은 자신들 나라 아이들에게 통역을 해가며 수업하고 있는 형국인데 수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이같은 문제가 있게 되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다문화담당 교사들을 중심으로 여러차례 외국인 아이들의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 국제학교 건립을 건의해왔다. 안산시, 안산교육지원청, 도교육청, 교육부 등을 망라해 얘기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럴 때마다 상급기관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러는 순간 아이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한국어도 모른 채 수업에 참여하면서 유년기를 꿈도 없이 보내고 있다.

이제는 다문화특구가 있는 안산의 다문화아이들의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이들은 이제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들의 아이들이고 이들이 자라면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가야할 우리들의 청년들이기 때문이다.

다문화아이들 교육과 관련 초・중・고를 나누어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가 무엇부터 해야되는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A초등학교의 어려움

A초등학교는 22개국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92% 아이들이 다문화아이들이다.

중도입국 학생도 수시로 입학하고 있다. 지난해 학적변경이 200여건이다. 행정이 마비될 지경이다. 부모도 언어소통이 안되고 아이도 안 된다. 담임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한마디로 학교 전체가 ‘언어의 섬’이다. 생활문화가 전혀 다르다. 이곳은 국제학교도 아닌데 세계언어가 다 통용되는 곳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어다. 아이들이 한국어를 전혀 못하거나 잘하지 못한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 학교에서는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을 신설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말 그대로 ‘징검다리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어 교육, 한국의생활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언어교육이 시급한 일이지만 그 다음으로는 인적자원이다. 아이들과 언어가 가능한  상담사가 필요하다. 아이들의 고충을 들어 줄 교사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특별학급이나 특별반에서 소화할 수 없다. 아이들이 놀 곳이 없다.

다문화아이들이 전체 60%가 넘으면 국제학교로 가야한다는 지적이 있다. 다문화아이들로 90%가 넘도록 학생이 방치돼 있는 ‘언어의 섬’이다. 어른들의 잘못이 적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10%의 아이는 한국인 아이, 귀화한 부모의 아이, 그 중에서도 한국인 아이는 모교 동문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이 숫자로는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회, 교통봉사대 등도 구성 못한다. 

이 학교 교사들은 한마디로 학교 교육이 ‘총체적 난국’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이들이 매일 지각하고 결석해도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 한다. 아이들을 찾으러 교사들이 나서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아이들 부모는 직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학교에 맡겨놓고 부모들은 일하러 가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우리는 다문화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진로교육을 제대로 받고 직업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 학교 교사는 “교육을 천대하면 나라가 발전하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B중학교의 하소연

중도입국 학생이 가장 큰 문제다. 언어가 안 되니까 모든 것이 안 된다.

부모가 먼저 오고 나중에 아이들을 불러들이기도 하고 함께 오기도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학교에는 예비학교 제도가 있어 1년간 한국어를 배우고 그 다음에 학습능력 정도에 따라 교실배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예비학급으로 1년간 학적부 없이 언어교육을 마치고 수준에 맞게 학년과 반을 배치하는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아이들이 대부분이고 지난해 다문화아이들 분포는 1학년 81%, 3학년은 30%였다. 올해는 더 높아져 지난해 평균 61%였는데 올해는 75%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계는 전통적으로 교육이 엄해 그래도 낫다. 문제는 러시아계다. 자유분망하게 자라다 보니 한국정서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새로운 교육체계가 필요하다. 현 교육체계로는 안 맞다. 예를 들어 국어시간이 1주일에 4시간이면 이들은 그 배인 8시간으로 해야 한다.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가 않다.

학생들 임원도 다문화 임원은 극소수다. 학생은 몇 명 안 되는데 임원은 한국인 아이들이 다 한다.

학교에서는 평일일과시간에 학부모 총회도 힘들다고 보고 올해부터는 야간에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앞으로 문제는 외국인아이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어 수업기준을 잡기가 힘들어 진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이제는 수가 많아서 집단화 되니까 종족간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잘못을 따지지 않고 자국아이들을 챙기는 모습에서 심각성이 크다.

교사에 대한 태도역시 문제다. 상대적으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사에게도 도전적이다. 반항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언어가 제대로 통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집단화 되니까 한국어 교육도 어려움이 많다. 이들 학생들이 쉬는 시간이면 끼리끼리 모여  모국어를 사용한다. 한국어가 늘지 않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상급기관에서는 한 학교에 몰아서 수업하자고 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을 각 교실에 나누어서 수업해야 그래도 문제가 덜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학교를 세워서 아이들이 한국어를 어느 정도 배운 뒤 일선 학교로 보내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어를 모르는 아이가 일선학교에서 수업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커지는 것이다.

아이들도 얼마나 답답하겠는지 생각해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안산에 꼭 국제학교가 필요하다. 이제는 안산의 어른들이 아이들의 고통을 챙겨줘야 할 때가 됐다.

 C고등학교, 다문화가 미래다

안산에서는 다문화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초・중・고 협의체가 구성돼 있다.

1년에 10회 정도 만난다. 많이 만나는 편이다. 어느 중학교에는 고려인이 많고 어느 중학교에는 중국인이 많다. 요즘은 원곡동과 선부동을 벗어나 본오동과 이동 등에도 다문화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안산시 전역이 다문화 학생들로 채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이 고등학교에는 1학년 48명, 2학년 46명, 3학년 46명이 있다. 전체 학생은 747명이다. 중도입국 학생도 있다. 이 곳에서도 역시 중도입국 학생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는 전체 학생 중 15% 정도가 다문화 학생이었는데 올해는 그 숫자가 30%선까지도 육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언어소통이다. 언어가 안 되니까 취업이 안 된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는데도 어려움이 많다.

학생들이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문화의 차이에 의해 결석률이 높다. 우리는 아파도 학교에 가지만 러시아권은 자신의 몸이 첫째다. 아프면 학교에 안 간다.

다문화아이들은 학교에서 언어가 안 돼 힘들고 신분문제도 심각한 고민을 갖고 있다. 

귀국날짜가 다가오면 아이들은 어쩔 줄 몰라 한다. 귀국했다가 다시 와야 하고 귀국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한국어 교육이다. 그래도 2018년도는 지원이 있었는데 올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게 이 학교의 하소연이다.  이중언어교사가 절실히 필요한데 필요한만큼 교육당국에서 줄지 의문이다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는 담임과 학생이 대화가 안 되면 옆 학생 중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친구가 통역해준다. 수업이 산만해질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은 신분이 안정적인 상황을 제일 좋아하고 자신의 하소연을 들어줄 수 있는 언어가 통하는 교사를 그 다음으로 좋아한다.

이 학교는 한국어가 안 되는 학생들은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각종 센터에 위탁교육을 보내고 있다.

요즘은 학교에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끼리끼리 모임을 만들어 놀고 있다. 학교생활이 심심하지는 않다. 하지만 끼리끼리 놀면서 한국어는 더 늘지 않고 다른 종족에 대해 배타적이어서 더 큰 문제가 있기 전에 이들을 모두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등학교를 마친 다문화아이들은 일부는 대학에 가고 대부분은 취업을 한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버느라고 주말 또는 오후에 하는 특수프로그램에 참여율이 저조하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일부 학생들이 자신들의 나라로 유학을 가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산교육지원청 정영숙 장학관은 “맹인이 등불을 들고 길을 걷는 이유는 정상인이 자신과 부딪치지 말라는 배려입니다. 우리도 외국인 아이들을 그런 마음으로 배려한다면 안산이 더 좋아지게 되겠지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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