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기자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안산시는 90블럭 복합개발사업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현 시행주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9년만의 진전이었다.

8천억 원이 넘는 시유지를 시행사에 매각한, 안산시 승격 이래 최대 규모의 거래였다.

실시협약 당시에도 이 사업은 오래 끌어왔던, 시작 단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업이었다. 그럼에도, 이전의 길었던 추진 과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졸속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꿋꿋이 협약이 체결됐다.

당시에도 다수의 언론과 의회의 비판이 쏟아졌으며, 사업의 추진에 속도가 난 것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황이었다.

급하면 탈이 난다고 했던가. 협약과 토지매매계약 체결 이후, 어찌됐건 아파트는 올라가고 입주는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계약 이후 학교 용지 문제로 200억이 넘는 시의 예상하지 못했던 손해가 났으며, 아직도 부지 내 복합용지 개발 계획은 확정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또한 최초 언급됐던 700억 기부채납 부분도 확실히 매듭짓지 못한 상태다.

현재 사업을 시행하는 주체의 담당자는 실시협약 당시와는 다른 명칭의 부서에 다른 실무 담당자와 함께 남은 숙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11만평에 이르는 안산시의 땅이 어떤 방향으로 개발되느냐는 정말 중요하다.

그렇기에 시와 의회,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들은 이미 진작에 이뤄졌어야 한다.

내 것의 소유권을 남에게 이러 이러하게 사용해 달라는 지침과 함께 넘겨 놓고는, 이제 와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격은 이치에 맞지 않는 행위다.

이전에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이제라도 고쳐 나가겠다는 생각은 좋으나, 그런 모습이 외부에서는 정상적인 사업 추진에 딴지를 거는, 이기적인 모습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그래서 지자체에도 협상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이후 지자체는 수많은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업체들과의 계약을 진행하곤 했다.

게 중에는 사동90블럭 복합개발사업과 같이 수천억 원에 이르는 메머드급 계약도 더러 존재한다. 이런 계약의 과정은 보통 수년에서 길게는 10년이 넘는 기간을 필요로 하는데, 그 기간 중 지자체의 실무 담당자는 수차례 바뀌기를 반복한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사업에 대한 전문성은 상대 업체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동 90블럭 시행사와 체결한 실시협약서를 본 한 공무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자신이 업체의 대표라면 안산시와의 실시협약 체결을 주도한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넉넉히 주겠다고 말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만큼, 일개 공무원의 눈에도 졸속으로 만들어진 사동 90블럭 실시협약과 같은 과오를 또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안산시는 지금이라도 협상과 계약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전문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준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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