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범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

변창범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

요사이 대한민국은 청년실업과 부의 편중이 악순환구조를 이루고 있고, 이 구조는 계층 간 이동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청년들은 사회계층 간 이동은 고사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마저 잃고 있다. 노동과 일자리에만 국한된 정책이, 건강한 노동과 건강한 일자리마저도 창출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꽃다운 나이의 청년들을 재해예방의 개념도 채 갖추지 못한 위험 사업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고 3 졸업반 여자아이를 반도체공장의 화학약품 속으로, 18세 현장실습 중인 고등학생을 적재기 프레스기 속으로, 21세 청년을 대형매장 무빙워크 기계 속으로, 24세 청년을 석탄 공급용 컨베이어벨트 사이로, 20대-30대 청년 6명을 메탄올 중독으로 인한 암흑의 세계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건강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는 프로그램적이며 장식적인 권리가 되었다. 혹자는 근로의 권리 중 ‘건강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사회적 기본권 혹은 자유권적 성격을 지닌 사회권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최소 자기 자신 혹은 가족의 생존 위해 일하는 계층에 있어 ‘건강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는 ‘자유권’이어야 한다. 동시에 생래적 권리이며, 인권이어야 한다. 이들은 일하는 장소가 위험하다고 일을 마다할 수 없다. 선택이 없는 것이다. 일터가 건강하지 못해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이 계층에 속한다. 이들이 향유하는 건강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는 법이 제정되었던, 제정되지 않았던 간에 자유권으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이전에 인권으로, 생래적 권리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추상적 위험으로부터도 보호되어야 한다.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 같은 실정법은 근로자들에 대한 추상적 위험까지 규제의 테두리 안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일정 부분에 있어서 현재의 법체계가 미비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가 ‘자유권’이라면 현 실정법의 법체계가 미비하여도, 헌법의 하위법규인 실정법의 일반규정 적용에 의해 보호될 수 있다.

인터넷 재벌 회장의 비인간적이며, 비인격적인 인권말살도, 재벌 사장의 운전기사에 대한 폭언과 폭행도, 재벌 2세 남매의 직원과 외주업체의 직원에 대한 폭언과 폭행까지도 처벌되거나 규제할 수 있을 것이다. 죄형법정주의로 인해 형벌로 다스리는데 한계가 있다 해도, 노동자의 권리와 법익보호는 두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래 대한민국에서 법이 없어 집행되지 못했던 일은 없었다. 집행하지 못해, 적용하지 못해, 포섭하지 못해 만연한 위험과 위법을 처벌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불법과 위법 행태들이 더 이상 자행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와 국민 모두의 법 목적 이해와 준법정신의 고양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사회 약자에 대한 배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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