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기자

최근 몇 주 간 안산시청과 안산시의회 청사는 빨간 조끼를 입은 수 십여명의 사람들로 물결을 이뤘다.

선부동 2,3구역 재건축의 결사 반대를 외치는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시민들은 빨간 조끼를 맞춰 입고 안산시의회 로비를 중심으로 때로는 본청 시장실에, 때론 의회 운영위원장실에, 그리고 때로는 의회 대회의실에 자리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안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는 조합장과 비대위, 김동규 의장을 비롯한 안산시의원 다수가 양 측의 중재를 위해 모였다. 예상대로, 중재는 쉽지 않았다. 3시간이 넘는 격론이 이어졌고 중간 중간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회의 끝에, 김동규 의장은 양측에 일주일간의 시간을 주며 조합의 회계감사, 조합 해산 시 매몰비용의 부담 문제 등을 협의하라는 중재안을 전달했다. 그리고 21일 다시 마련된 협의 테이블.

6일 만에 만난 자리였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라도 4일이나 시간이 지났지만, 양 측사이에 협의된 바나 진전된 사항은 전혀 없었다. 이는 이미 지난 주 첫 중재자리에서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지난 수년간 서로간의 불신, 갈등 속에 협의점을 찾지 못한 조합과 비대위 양측의 중재를 위해 시민의 대표 격인 시의원들이 중재를 위해 만든 자리였다.

양 측의 갈등이 이런 중재 자리를 한 번 마련했다고 해서 쉬이 봉합될 것이었다면 애당초 이런 자리까지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재자에게는 최대한의 인내심과 양 측 모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넓은 마음자세가 필요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회의 막판 비대위 측과 언쟁을 하고, 심지어는 그들을 윽박지르고 퇴장해버리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늘 시민과 함께 하겠다, 주민들만을 바라보며 의정활동을 하겠다. 책임감을 가지겠다.

8대 의회에 입성하며 시민들에게 했던 다짐들은 그 순간 한낱 공약(空約)이 돼버리고 말았다.

조합과 비대위는 동상이몽 중인 상태다. 비대위는 조합의 해산이라는 유일한 목적을 가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협상을 원하는 주체이지만 조합은 절대로 해산을 그들의 우선 순위로 두지 않는 주체다. 서로간의 입장이 다르기에, 생각의 차이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21일 만난 두 번째 자리에서 이들의 생각의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사실상 일주일 간의 협의는 무산된 것과 다름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더욱 적극적인 중재자의 역할이 필요할 때다. 양 측을 각각 만나 상대방의 입장을 전달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 둘의 접점을 찾아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일부 시의원들은 왜 자기네들 일을 가지고 의원들에게 난리냐는 푸념을 늘어놓곤 한다.

물론 의원들이 무슨 분쟁이든 해결해야 하는 해결사는 아니지만, 최소한 주민간의 갈등이 있는 곳이라면 그 곳이 의원들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함이 맞다. 개인적인 약속, 자신의 권위를 따질 것이었다면 그들의 선거 출마 자체가 시민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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