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기자

지난 주말, 우연한 기회에 시흥시에서 주최한 체육 행사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그 행사는 3세대가 어우러지는 체육 행사였는데, 유독 기자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김준연 시흥시체육회장의 당당한 축사였다.

시흥 출신이며 시흥시 체육회 수석 부회장을 역임했던 김 회장의 앞으로 시흥시 체육이 나아갈 비전을 밝히며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축사는 꽤나 감명 깊었다.

왜냐하면, 이러한 축사는 안산에서는 있을 수 없는 축사이기 때문이다. 이유인 즉, 안산을 비롯한 대다수의 지자체는 현직 시장이 체육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형태다.

그리고 체육회장을 맡고 있는 시장은, 직무 상 체육회장 본연의 업무를 세세히 수행할 수 없기에 자신의 역할을 대행할 수석부회장을 뽑아 체육회의 실질적인 책임자로 임명한다. 임명된 수석 부회장은 각 체육 단체의 행사장마다 참석해 시장인 체육회장을 대신해 축사를 한다.

문제는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구분하던 예전과는 달리 이 같은 관행이 더도 덜도 아닌 관행일 뿐, 시장이 당연직 체육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무나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안산시 체육회 정관 제24조 1항에도 역시 ‘본회의 회장은 총회에서 시장을 추대하거나 회장선출기구에서 선출한다’고 되어 있어 시장이 무조건적으로 회장에 추대되는 사항은 아니다. 기자 본인도 체육계에 몸담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지자체의 스포츠 정책은 정치권력과 분리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산시 체육인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상황이 과연 정상적일까. 그 지지선언이 모든 체육인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체육계를 이끄는 각 종목단체장을 비롯한 임원진의 정치적 발상은 아닐까?

지자체의 스포츠는 엘리트선수의 수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동호인들을 지자체장 선거에 활용할 수 있는 ‘표’로 이용하려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 져야만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체육계의 예산은 경쟁적인 종목단체들의 예산따먹기 식 대회를 위해 편성되기 보다 시민의 보편적인 건강 증진을 도모하고 도시 전체의 스포츠 인프라를 확충하는 쪽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공모를 통해 스포츠 전문 경영인을 회장에 선출하고 안산시 체육의 행정 전반을 맡긴다면, 선출직 지자체장, 아니 체육회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동호인들에게 보조금을 나눠주며 인기관리를 하는 행태는 최소한 사라지지 않을까? 전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인근 시흥시 뿐 아니라 지자체 최초로 민간 체육회장을 선출한 부산 기장군의 사례도 있다.

안산시가 단지 돈을 주고 영입한 선수들의 국제대회 입상 결과를 홍보만 할 것이 아니라 안산시 체육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조직의 독립이라는 용단을 내릴 수만 있다면, 안산의 체육계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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