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농수산물도매시장

개장 20주년을 맞은 안산농수산물도매시장. 신선한 품질과 최적의 쇼핑여건, 대량 유통망으로 인한 적정한 가격 등을 내세우며 소비자 공략에 나선 대형마트들에 비해 어느 하나 우위를 점하는 부분을 찾기가 힘든 현실이다. 이에 본지는 위기를 맞은 안산농수산물도매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3회에 걸쳐 진단하고 제시하고자 한다.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안산농수산물도매시장에 대한 집행부의 획기적인 정책 결정이 요구된다. 

안산농수산물도매시장이 시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허브 역할은 고사하고 제 발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마저 만족감을 주지 못하며 시민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다. 사진은 안산농수산물도매시장 전경. 이태호 기자 kaz@ansantimes.co.kr

폭염이 절정을 이루던 지난달 3일 오후, 상록구 이동 소재 안산농수산물도매시장 한켠에서는 상인과 손님간의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물건이 왜 이렇대 전부, 다 시들어서 살게 없네.” “날이 너무 더워서 저희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40도에 육박하는 더위에 힘을 잃고 시들어버린 채소들. 안산농수산물도매시장을 뒤로 하고 인근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린 손님은 비단 이들 뿐이 아니었다.

1998년 2월 개장한 안산농수산물도매시장은 시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허브 역할은 고사하고 제 발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마저 만족감을 주지 못하며 시민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다.

농수산물 구매 시 가장 우선시되는 제품의 신선도와 가격, 그리고 쇼핑 편의를 위한 주차시설 등 인근 대형마트에 비해 어느 하나 나은 점을 찾기 힘든 현 상황이다. 우선 제품 신선도를 유지시켜 줄 저온창고의 능력은 이미 과포화상태로 수용 능력을 초과한 상태다.

김유수 안산농산물 대표는 “청과동에 저온창고가 존재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도매시장 내 모든 농산물들을 수용할 수 없어 추가 증설이 필수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안산농수산물도매시장은 비슷한 시기에 개장한 안양농수산물도매시장의 절반정도의 규모에 불과하지만 야채·청과 물동량은 오히려 20%가량 많아 저온창고의 수용 능력을 초과한 것이다.

그 피해는 올 여름 폭염이 지속되며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상품의 구매를 꺼리며 고스란히 상인들에게 돌아갔다.

총 738대의 주차가 가능한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주차장은 주말이나 명절을 앞두고는 아예 진입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혼잡을 이룬다. 평시에도 미등록 장기 주차 차량이나 주차요금을 면하고자 하는 지하철 환승 이용차량 등으로 인해 실제 도매시장을 이용하기 위해 방문하는 시민들의 불편은 상시 계속돼 왔다.

이에 농수산물관리소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미등록 차량 및 장기 주차차량에 대해 강력스티커 단속 활동을 시행하고 있으며, 실제로 주차 관련 민원이 많이 해소됐다”고 말했지만, 오랜 기간 묵인해 오다 갑작스레 강화된 단속에 등록 외 차량을 추가로 이용하는 중도매인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품의 가격 역시 대형마트에 비해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은 한 시민은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일반 소비자와 만나는 소매매장의 가격은 결코 대형마트에 비해 저렴하지 않다”면서 “비슷한 가격이라면 신선도가 유지되지 못하는 상품을 굳이 살 이유는 없다”며 불만은 드러냈다.

이래저래 안산농수산물도매시장은 시민들로부터 민심을 잃어가고 있다. 시가 운영하는 도매시장 홈페이지에 나온 개설 목적인 적정가격 유지로 생산자와 소비자 보호, 신선한 농수산물의 공급, 국민생활 향상에 기여 등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화 사업이든, 이전이든 마치 코마상태와도 같은 안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회생을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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