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태 호 기자

1년여의 긴 족쇄를 푸는 데 단 한 번이면 족했다. 그만큼 그들은 관심에 목말라 있었고, 그들이 원하는 부분을 충족시켜 준 단 한 번의 행동은 시청 앞 공포스러운 현수막과 목청 터져라 외치던 어르신들의 한 맺힌 목소리의 명분 있는 철회를 이끌어냈다.

지난 1년간 시청 앞 작은 광장을 점거해 온 해양주택조합 농성장의 이야기다. 여기서는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의 합법성 여부를 논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주장이 시장을 비롯한 관련 공직자 입장에서 손쉽게 들어주지 못할 내용이라는 것은 그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럼 무엇이 철옹성 같은 그들을 그렇게도 순식간에 움직이게 했던 것일까?

그들 입에서 나온 한마디는 바로 ‘감동’이었다.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솔직히 조금 맥이 빠지고 그들의 말을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웠다.

1년간 처절하게 벌여왔던 농성을 끝내게 된 이유가 ‘감동’이라니…

그런데 그들의 설명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윤화섭 시장(당시 당선인 신분)이 감동을 줬다는 것이다.

그들에 의하면, 윤 시장은 해안주택조합 문제에 대한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거나 제안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건, 윤 시장이 취임도 하기 전에 자기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함께 소통했다는 그 행위 자체였다.

전임 시장이 너무나 손쉽게 할 수 있었던 일을, 원칙과 법의 잣대를 들이밀며 아예 없는 존재 취급을 해 온 것에 대한 반대급부가 한 순간에 터졌다고 해석하는 것도 일면 맞을 수 있겠다.

어찌됐든, 윤 시장은 취임 전 큰 일 하나를 해 낸 셈이 됐다.

어쩌면 윤 시장도 방문 다음 날 바로 철거를 이끌어 낼 수 있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윤 시장이 처음 시장 직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부터 줄곧 일부 시민들로부터 시장이 될 만한 깜냥이 되냐는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최소한 해안주택조합의 농성을 처리하는 과정에 있어서만큼은 윤 시장 스스로 충분히 깜냥이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제 윤 시장 앞에는 점차 더 큰 산들이 놓일 것이다. 취임 당일인 2일, 벌써부터 시청 앞에는 윤 시장을 직접 겨냥한 사퇴촉구 농성이 벌어졌고, 화랑유원지 추모공원 관련 내용도 어떻게든 결론을 지어야 한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앞으로의 1년이 윤 시장의 깜냥 논쟁을 키우느냐, 종식시키느냐의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기간이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어벤져스급 참모들과 함께 감동을 준 소통으로 첫 번째 시험대를 보기 좋게 통과 한 윤 시장이 이제 스스로 앞으로 다가올 난관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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