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기자

이번 6.13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전은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됐다. 그 전까지 하지 못했던 유세차를 동원한 유세, 선거운동원들의 개별 유세가 집중적으로 벌여지며 시민들로 하여금 선거의 임박을 실감케 하고 있다.

자신을 한번이라도 더 알려야 하는 후보자들로서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각 당의 유세가 겹치며 곳곳에서 크고 작은 마찰이 벌어지기도 하고, 유세차에서 무차별적으로 나오는 선거로고송과 연설로 인한 고성이 시끄럽다며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등의 고충도 뒤따른다.

선거 유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가무 즉, 후보를 홍보하는 로고송과 선거운동원들의 개성 있는 율동이다. 지나가는 길에 언뜻 보는 시민들의 눈에는 그게 그거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후보자와 그 캠프에서는 개사 문구 한마디와 율동의 손동작 하나 하나를 정하는 데 엄청난 공을 들인다.

유세차에서 흘러나오는 로고송을 가만히 들어보면, 개성 넘치는 개사송이 한가득이다.

조용한 노래보다는 역동성 있는 빠른 비트의 노래가, 장르는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트로트 계통이 인기다. 조금은 닭살스럽고, 그래서 손발이 오그라듦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서 본인을 각인시킬 수 있다면 얼마든지 상관없다는 후보자들이다. 아리따운 여성 선거운동원, 혹은 건장한 청년 선거운동원들의 맛깔 나는 율동은 선거운동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정당별로 나타내는 색색 점퍼를 입은 운동원들은 나름의 대형을 짜고 준비한 율동을 일사분란하게 쏟아낸다. 모 후보의 청년 선거운동원들은 후보를 지지하는 피켓을 들고 응원가로 주로 쓰이는 노래를 개사한 로고송에 맞춰 현란한 응원안무를 선보여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무소속으로 정당의 색에 구애 받지 않는 한 후보의 유세장에서는 화사한 핑크색으로 무장한 8명의 선거운동원들의 애교 넘치는 군무를 마친 후 남성팬(?)들의 사진촬영 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사실 이와 같은 선거운동은 후보자의 정책, 신념, 인간성 등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들과는 거리가 조금 멀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네의 웃을 일 없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시민들에게 눈요기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런 가무가 선거에서 빠질 수 없는 감초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감초의 역할을 넘어 본인의 이름 석자를 각인시킬 수 있는 가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 역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자의 역량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아는 지인 한분이 모 후보 선거운동원들의 율동을 보고 이런 말을 남겼다.

“칼군무네 칼군무야. 짧은 시간에 운동원들을 저렇게 연습시킨 후보라면, 시민의 대표로서의 일도 잘 할 수 있지 않겠어?”

그의 말이 허투루만은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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