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기자

집집마다 선거 전단이 도착했다.

각 선거별로 출마한 후보들의 면면을 시민들이 방 안에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된 지금, 이제 정말 선거가 다가옴을 실감한다.

거리마다 유세차가 돌고 선거운동원들의 현란한(?) 율동이 바쁜 일상 속 시민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안산의 선거판은 다른 지역과 조금 다르다.

기본적인 도시의 현안에 대한 진단과 대책,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공약은 여느 지역과 다를 바 없지만 거기에 ‘세월호’ 하나가 더 추가됐다. 그것도 메인으로.

세월호 참사로 인한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공원의 부지를 둘러싼 갈등이 그것으로, 이는 불과 100여일 전만 해도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내용이다.

추모공원 조성은 물론 안산이 짊어진 숙제와도 같은 것이다. 언제가 됐든 시민의 합의에 의해 조성해야 하고 그것이 250명이 넘는 학생들을 참사로 잃은 도시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지난 2월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봉안시설을 포함한 세월호 추모공원의 화랑유원지 조성을 선언했다.

문제는 그 선언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됐고, 제 시장 본인 역시 그 행동에 어느 정도 정치적 승부수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계를 호령하는 양궁의 국가대표 선발전에 비견되던, 더불어민주당 시장 후보 공천 경쟁에서 제 시장이 고배를 마신 후, ‘화랑유원지 추모공원’은 안산의 이번 선거를 좌우하는 제1의 화두로 남겨졌다.

일반 시민들의 반대 여론이 큰 것은 제 시장 자신도 인정했던 부분.

이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후보들은 화랑유원지 추모공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결사 반대 운동을 벌이며 이를 제1의 선거 전략으로 삼았다.

연일 곳곳에서 화랑유원지 추모공원 결사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으며, 그 현장에는 어김없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후보들이 함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입장도 썩 편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원팀을 구성해 제종길 시장을 공격할 당시 시민과의 합의 없이 화랑유원지 추모 공원을 결정한 것을 강력히 비판한 바 있기에, 지금 시점의 추모공원과 관련된 언급 자체가 껄끄럽다.

결국, 안산의 유권자들이 온전한 인물 됨됨이와 공약을 살펴 볼 기회와 시간이 세월호 추모공원 논란으로 박탈됐다.

결과론적인 얘기인지 모르겠으나, 제 시장이 던진 돌의 파편이 안산시민들에게 향한 꼴이다.

유력한 정치인의 정치적 승부수가 한 도시 전체의 명운을 좌우하는 상황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그것도 안산의 앞으로 4년을 맡길 시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를 앞둔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저작권자 © 안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