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기자

어느덧 세월호가 침몰한지 4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벌써 4번째 봄을 맞이하고 있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내성이 되어버린 슬픔은 쉬이 가시질 않는다.

2015년 1주기 때는 분노와 일말의 희망이 공존했고, 2주기와 3주기 때는 안산이라는 도시 전체가 슬픔과 애도라는 감정으로 하나 되었던 기억이 있다.

허나 이번 4주기는 조금 다를 듯 하다.

이제는 안산이 세월호라는 슬픔과 아픔의 역사를 털고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그 방법론에 있어 제종길 시장과 안산시, 그리고 다수의 안산 시민들의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우선 4월 16일 당일에는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에서 교육부와 해수부 주관 정부 합동 영결식이 열릴 예정이다. 이 영결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안산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이목이 집중된다.

이후 수일 내에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는 철거 절차에 돌입한다.

그리고 화랑유원지 내에 봉안시설을 포함한 추모공원 조성에 들어간다.

여기까지가 제종길 시장과 안산시의 로드맵이다.

하지만 이미 제 시장도 익히 알고 있는, 과반이 넘는 반대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화랑유원지에 인접한 선부동, 와동 지역을 중심으로 상록구 본오동 인근에 이르기까지 화랑유원지 추모공원 반대 전단이 대량으로 뿌려지고 있으며, 고잔동 연립 일대에는 ‘세월호 납골당 반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화랑유원지 내 기습 시위도 벌어지고 있으며, 다가오는 주말에는 고잔신도시 문화광장에서 대규모 안산시민 총궐기대회도 계획되고 있다.

그리고 4월 16일 당일,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 정부합동영결식장 앞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반대 목소리를 낼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혹여나 물리적인 충돌이 있지는 않을지도 심히 우려된다.

선거를 두 달 여 앞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역시 현재의 불리한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의 일환으로 4.16 4주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화랑유원지 추모공원 반대 행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종합해보면, 이번 4.16 4주기는 안산이 슬픔과 아픔을 뒤로 하고 새롭게 나아가는 시점이 아닌, 새로운 갈등과 대립, 반목이 시작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안산에서 태어나 안산에서 평생을 살아 온 기자의 입장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서로의 이해관계에 맞물려 옥신각신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부디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유명을 달리한 수 백명의 꽃다운 목숨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들, 굳이 특정하자면, 정치인들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들의 눈앞의 이익은 채 피지 못한 아이들의 목숨에 비하면 작은 티끌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꼭 알았으면 한다.

저작권자 © 안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