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근 안산시의회 의장

유난히도 춥고 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바람이 불면서 발걸음이 저절로 야외로 향하는 계절이 되었다. 모처럼 가벼운 차림으로 거리로 나섰는데 마침 전동 휠체어의 바퀴가 깨진 보도블럭 사이에 끼여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 한분을 발견했다.

바퀴를 빼드리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전철이나 버스를 한번 타려면 온 몸에 힘이 빠진다는 말씀에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이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 게 현실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특히 전동휠체어의 보행에 지장을 주는 높은 도로 경계석 등의 노면 방해물들과 불법 주정차 등으로 안전한 주행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하며 배터리가 방전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안산시의 급속 충전기 설치 장소는 턱 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교통약자 지원 정책의 문제점은 너무나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이동권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심각하다. 장애인과 노약자는 이동을 위하여 각종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으나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힘든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자유로운 이동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자가용을 운행하는 것인데 중증 장애인이 편하게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운전하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고 지원제도도 매우 부실한 상태다.

안산시에서는 교통약자를 위한 하모니콜 등이 지원되고 있지만 장애인들과 몸이 불편한 노약자들이 자유롭게 외출을 할 수 있도록 지원되는 인프라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며 비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바쁜 출퇴근 시간대에서 승객들의 불편한 시선을 의식하면서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의 편의시설과 관련한 관리감독이 필요한데 음식점 등 대중이 이용하는 건물에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은 곳이 많다는 것도 정책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경사로 설치를 위해 지방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도입해야 하며, 건물 내 잡기 쉬운 난간과 손잡이 등도 설치하도록 계도해야 한다.

공영주차장에 장애인과 노약자에 대한 차량 등록으로 혜택을 제공하여 주차 편의를 제공하는 것도 확대 적용하여야 하며, 무엇보다도 저상버스의 확충과 원활한 배차가 되도록 해야 한다.

버스 밑바닥이 매우 낮게 설계된 저상버스는 마치 길에서 걷는 듯 탈 수 있어 장애인은 물론 노인, 임산부, 아동 등 모든 이동약자에게도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으로서 중앙정부에 보조금 지원을 적극 요청하여 노후버스의 교체 시 우선적으로 공급하여 운행해야 한다.

교통약자의 이동권이 제한되는 문제는 한 사람을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을 박탈하는 것으로까지 볼 수 있다.

안산시는 향후 전철과 광역 교통망 확대가 예정되어 있으므로 장애인ㆍ노약자 등 모두가 이동권을 보장받는 '포용적 인프라' 확충이 향후 안산시 교통정책의 핵심가치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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