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기자

올해는 월드컵이 열리는 해이다. 개인적으로 축구를 좋아하기에,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월드컵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크다.

4일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은 월드컵 준비의 일환으로 약 2주간의 터키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 대표팀은 2승 1무라는 표면적인 성적보다는 득점력 향상, 수비 보완이라는 해결 과제를 드러냈다.

16년 전의 데자뷰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은 장기 합숙과 전지훈련 등을 통해 선수들을 담금질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유럽의 평가전에서 5대0 패배를 반복해 당하며 팬들에게 ‘오대영’이라는 비아냥 섞인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난 이후, 지금까지 줄곧 히딩크 감독은 우리에게 국민적 영웅이다.

오죽하면 이번 대표팀이 흔들릴 때 정작 본인은 생각도 않던 감독직 복귀를 두고 온 나라가 들썩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월드컵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 사람들의 기대치를 훨씬 웃돈 우리나라의 선전 때문이다.

과거 ‘오대영’으로 불렸던 치욕은 언제 그랬었냐는 듯 눈 녹듯 사라졌다.

내용과 과정이 좋지 않더라도, 본선무대에서의 뛰어난 성적은 그 모든 것을 상쇄시킨다.

행정도 그러할까?

과정이 어떻든, 대의명분을 앞세운 올바른 결과만 이끌어 내면 그것으로 잘한 것일까?

90블록 학교용지 논란이 안산시의회의 상생안 가결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안건이 가결되는 순간, 관련부서 공무원과 90블록 입주자대표들은 안도하고 악수하며 방청석을 나섰다. 아이들의 교육권이라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대의명분에 작은(?) 행정적 문제는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공통된 논리를 공유하면서 말이다.

최소한 초등학교는 기존 계획됐던 2020년 3월 개교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표면적으로, 일반 시민들에게는 시가 아이들의 교육권을 우선해 뛰어난 협상력을 발휘, 상생협의안을 이끌어 낸 것으로 보여 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안산시의 발생하지 않았어도 되는 손실, GS컨소시엄과 교육청에 이리 저리 휘둘리며 갈피를 못 잡는 행정, 문제가 있음에도 어찌된 영문(?)인지 이를 대놓고 지적하지 못하는 시의원들의 모습들을 상생협의안 가결이라는 결과물로 덮어서는 안된다.

방청석에서, 이번 협의안의 가결은 어쩔 수 없지만 문제점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욕 넘치는 일부 의원들의 모습과, 회의가 길어짐을 내심 못마땅해 하는 몇몇 의원들의 모습을 똑똑히 봤다.

조만간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90블록 학교용지 논란 2라운드.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는 것을 이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깨닫기를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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