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춘식 사장 논설주간

이브 전 날인 23일 오전 조조영화를 보러갔다. 올 해들어 42편째 보는 셈이다. '신과 함께:죄와 벌'이라는 영화인데 개봉 5일만에 355만 명을 돌파했단다.

소방관인 자홍(극중인물)이 공무중 숨지자 저승에서 '귀인'으로 분류되어 재판이 무사히 이뤄질 수 있도록 그를 보호하고 변호하며 동행하는 저승 삼차사와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거쳐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살인,나태,거짓,불의,배신,폭력,천륜 7개의 지옥을 재판에서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한다는 줄거리이기도 하며 주호민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고 한다.

여기서 자홍이 어렸을때 생활고에 찌들자 병든 어머니를 숨지게 하려다 동생의 만류로 미수에 그치고, 가출한 후 죽기 직전 15년 간 어머니와 동생에게 생활비와 학비를 대 주었다는 효심으로 천륜의 지옥도 통과를 하지만 그 당시 자홍의 어머니는 아들의 살인의도를 눈물로서 묵인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저승 심판관이 알려줌으로서 어머니의 마음을 읽게 되는 찡함이 뇌리에 남는다.

살아생전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교훈을 암시한 장면들이었다.

이브 날 오전에는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로 숨진 희생자 중 19명을 한꺼번에 떠나보내는 슬픈 이별을 메스컴을 통해서 들어야 했다. 하늘도 마냥 슬픈지 연신 굵은 눈물을 천지에 흩뿌렸다고 한다.

희생자중 친정어머니 김현중(80)씨와 경기 용인에 사는 딸 민윤정(49)씨, 손녀 김지성(18) 양 3대가 한꺼번에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은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고 가족과 친지, 지인들의 눈물 샘을 마르게 했다.

더 흘릴 눈물도 없을 듯했지만 3개의 관이 한꺼번에 나오는 순간 유족들의 얼굴은 금새 눈물범벅이 됐다는 소식도 접했다.

단란했던 3대는 지난 21일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함께 목욕탕을 찾았다가 비극을 맞았다고 했다. 올해 대입 수능시험을 본 김양은 장학생으로 서울의 모 대학 입학이 확정됐으나그토록 원하던 대학에 발도 들이지 못한 채 꽃 같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저녁 9시에 성탄전야 성당미사를 보러 갔다.경건한 미사시간이면서 아기 예수 탄생을 기쁘하고 경배해야 하는데도 마음과 눈동자가 기쁘지는 않았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돌아가신 부모님께 불효한 일만 생각났다.

평소 술을 즐기시던 아버님이 큰아들의 절주 성화에 장농 서랍밑에 소주를 감춰놓고 드시던 모습이 불현듯 그리워진다.

자궁암으로 고대 안산병원에 입원하신 어머님을 집으로 모신 뒤 임종하시는 순간을 놓쳐버린 아쉬움도 뇌리에서 주마등처럼 죄스럽게 스쳐간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로 희생된 살아갈 권리가 있는 분들의 허무한 죽음이 역시나 인간의 부주의로 빚어진 안전불감증이 원인이었던 점이 무척이나 분노하게 만든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기쁜 성탄전야에 우울하고 표정없는 모습으로 미사를 보고 있음을 주님께서 언잖게 생각하시겠다는 느낌도 들지만 상념에 빠진터라 찬송가를 기쁘고 즐겁게 부르지 못함을 내 어찌하랴.

네 부모님에 대한 아련함과 내 이웃들의 아픈 생이별이 주는 슬픈 현실이 주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오늘, 묘한 딜레마에 젖어들면서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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