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목(裸木)이 해풍에 젖는다. 마른 나무는 봄을 상상하며 다시 한 철을 보내리라. 그리움의 빛들이 서해의 먼 바다로 건너가며 반짝인다. 인간세상에서 그리움이란 버릴 수 없는, 건널 수 없는 결핍된 숙명이다.

주역에 보면 공자가 복(福)에 대해 쓴 글이 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선행을 쌓은 집안은 후손까지 경사가 있다’는 말이다. 선행으로 자손이 발복하는 ‘여경(餘慶)’은 조상 덕인 음덕(蔭德)과 비슷하다. 예로부터 삼대(三代)가 적선해야 원하는 바를 이룬다고 했다. 적선하고 착한 일 하면 누구나 복 받을 수 있을까.

요즘 팔자 타령하는 사람들이 많다. 팔자가 좋아야 잘 산다고 한다. 팔자는 한 사람의 평생 운이다. 사회에서 성공하면 하늘이 도와 복 받은 것이라고 칭찬한다. 복(福)이 무엇인가. 행운과 행복의 뜻을 가진다. 옛 문헌에 보면 오복(五福)의 조건이 나온다. 수(壽, 장수), 귀(貴, 부귀), 강령(康寧, 우환 없이 편안함), 유호덕(攸好德, 덕을 즐겨 행함), 고종명(考終命, 천명 다하기)이 그것이다. 예전에는 집짓고 상량식할 때 대들보에 연월일시 밑에 응천상지삼광 강인간지오복(應天上之三光 降人間之五福)이라고 썼다. 천상의 세 가지 빛에 응하여 인간세계에는 오복을 갖춘다는 뜻이다.

복을 이야기하면 흔히 ‘운’을 떠올리게 된다. 사람의 운대는 상승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운대가 정해져 있는데 전생 업력을 보면 그 사람의 운명을 다 알 수 있다. 운대가 높아야 성공한다. 운대가 낮으면 나와 같은 법력가의 도움을 받아서 끌어 올려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좋은 기운을 풍긴다. 기운은 무엇일까. 기는 세상 어디에나 있어서 생명에 활력을 주는 영적인 파장이다. 기도를 좀 한다는 사람들은 영험한 곳을 찾아다니지 않는가. 기운이 뭉친 곳이 영지(靈地)다. 기가 세면 영험함이 서리고 그런 곳에 오래 있으면 운대가 올라간다. 자신의 기운과 맞지 않는 지역에 살면 운대가 꺾이기도 한다.

기 파장은 생각에서도 나오고 기도나 말에서도 나온다. 좋은 생각을 하면 따뜻하고 맑은 기파장이 나와서 어느새 행복한 기운이 내 안에 들어와 더 편안하고 행복해짐을 느끼게 된다. 영적인 기운은 자신과 느낌과 비슷한 기운들을 불러들인다. 그래서 나쁘고 우울한 생각을 가지면 그런 탁한 기운들이 들어와서 더 힘들어진다.

세상만사 서로 비슷한 것끼리 모이고 순환하는 원리가 있다. 세상이치가 다 그런 것이다. 이것은 우연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한 줄기의 예상 가능한 삶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땅에는 흙과 바위가 있고 허공은 공기로 가득 차 있으며 물은 한데 모이는 것과 같다. 이들은 서로 닿는 순간 자연의 기운을 교감한다. 만물은 본래 하나에서 유래한 것이어서 어떻게든 조화를 이루고 공존해야만 잘 살 수 있다.

무릇 인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 내가 자연에 순응하면 자연도 비로소 나를 받아들인다.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자연을 훼손하거나 망가뜨리면 자연은 반드시 그보다 더한 화를 미친다. 그래서 늘 주변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살피고 보호하고 감싸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산수의 정기(精氣)를 마시면 몸과 마음에 맑은 기운이 채워진다. 도심에 오래 살면 몸과 마음이 약해지고 마음은 번잡해진다. 이때 산과 바다를 찾아가서 기운을 받아야 한다.

큰 나무는 큰 바람을 맞는다고 했다. 그만큼 신은 큰 복을 주기 전에 반드시 그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복 그릇이 얼마나 큰지 시험하신다. 그래서 고난은 잘 극복하고 이겨내야 한다. 지금 힘들다면 마음을 다 내려놓고 기도 정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하자. 신의 기적을 믿고 선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면서 기도해보자. 복은 때가 되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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