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비에이성형외과 원장

성형외과의사는 외상환자를 많이 마주한다. 특히나 전공의 시절, 응급실 당직을 서면 얼굴의 찢어진 상처, 찰과상, 골절, 손가락의 힘줄 손상 및 각종 화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의 환자들을 진료했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케이스는 얼굴이 찢어져서 오는 환자들이다.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얼굴에 흉터가 조금이라도 덜 남기 위해 성형외과 당직의사가 있는 병원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응급실 당직을 섰던 1~2년차 기간 동안 적게는 하루 5~6명에서 많게는 하루 20명이 넘는 환자들의 상처 봉합을 했었다.

상처 봉합을 마치고 나면 꽤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얼굴에 몇 바늘이나 꿰맸는지를 물어본다. 이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가급적이면 대략적으로라도 몇 바늘을 꿰매었는지 알려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사실 의학적으로 몇 바늘을 봉합했는지는 큰 의미가 없다. 물론 다친 아이 얼굴의 상처에 대해 작은 치료과정 하나까지도 신경이 쓰이는 부모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말이다.

상처의 길이를 몇 바늘 꿰맸는지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부정확하다. 같은 상처라도 의사마다, 사용하는 봉합사의 종류에 따라 몇 바늘 봉합할지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친 부위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피부가 질기고 두꺼운 두피에 생긴 상처와 눈꺼풀에 생긴 상처를 같은 방법으로 봉합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센티미터나 밀리미터와 같이 길이를 재는 정확한 단위로 상처의 길이를 표현하는 것이 훨씬 정확하고 의미가 있다. 뉴스나 신문기사에서도 유명인이 어느 부위를 다쳐 몇 바늘을 꿰맸다는 표현을 심심찮게 접한다. 사실관계 전달이 목적이라면 좀 더 정확한 단위를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상처를 무조건 촘촘하게 여러 바늘 꿰맨다고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벌어지지 않고 찢어진 단면이 서로 맞닿아 잘 유지될 수 있는 정도로 봉합하되 상처치유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될 수 있도록 너무 많은 긴장이 가해지지 않는 것이 좋다. 상처가 깊을 경우 여러 층으로 봉합하기도 하는데 나중에 흉터가 함몰되는 것을 방지하거나 피부 표면에 너무 큰 장력이 가해져 넓은 흉터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근육이나 진피층을 녹는 실을 사용해 봉합해주는 것이다. 흉터관리도 상처가 문제없이 잘 아물어야 시작할 수 있는 것인데 이렇듯 상처가 흉터로 변하는 과정에 몇 개의 실밥이 봉합되어있는지는 부수적인 문제일 뿐이다.

오히려 어떤 흉터가 얼굴에 남을지는 다치는 과정에서 결정되는 면이 많다. 상처의 방향, 상처 표면의 조직손상 등이 추후 생기는 흉터의 질에 영향을 크게 끼친다. 예를 들면 이마에 생긴 세로 방향의 상처는 아무리 잘 봉합을 하더라도 피부주름에 평행한 가로방향의 상처보다 눈에 띄는 흉터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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