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면 천지가 흑백이 된다. 만물이 서로 다름을 드러내는 흑백은 아름답다. 군더더기가 없다. 그것이 세상의 본모습이다.

현대인들은 자잘한 희로애락에 매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인연의 끈들은 엄연한 삶의 중압감을 더해준다. 절 마당에 가면 연꽃을 볼 수 있다.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은 깨끗하고 향기로움이 세상풍파에 얽매이지 않는다. 흙탕물 속에 홀연히 자라나 스스로 더렵혀지지 않은 채 아름답게 피어난다.

무릇 살아서 재복을 높게 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대는 어떤 인생의 길을 가고 있는가. 각박한 세상을 잘 살아가려면 앞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 마음이 탁하면 눈빛도 멍해진다. 마음을 깨끗하게 닦지 않으면 눈이 있어도 제 앞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살면서 열심히 마음의 때를 닦아야 한다.

인생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길이 아닌 곳에서 길이 나타나기도 하고, 가던 길이 막혀 헤매기도 한다. 누구나 선택의 기로에 서면 망설이게 마련이다. 이 길로 가는 것이 옳은지 저 길이 내게 이득이 될지 알 수 없다. 중생은 코앞의 미래도 보지 못하는 까닭에 늘 방황하고 실패한다.

혹여나 가고 싶은 길이 있으면 다른 길은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생이 여러 개라면 이것저것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둘 수도 있겠지만, 내 앞에 펼쳐진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허허(虛虛)롭게 생각할 수가 없다.

가던 길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집착 때문이다. 사실 정든 걸 버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내 주변에서 최근 몇 달 동안 한 번도 안 써본, 장래에 필요할 것 같지 않은 물건들이 몇 개나 되는지 찾아보자. 생각지도 못한 물건들이 나올지 모르겠다.

가끔은 내가 소유한 것 중에서 활용성이 없는 것을 하나씩 버리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정신적인 것이든 물질적인 것이든 상관없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천천히 비우다보면 어느새 본질이 무엇인지, 우리 삶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시점이 온다.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을 버리고 나면 매트리스와 책상처럼 꼭 필요한 것만 남게 된다. 무엇이든 단순해지면 좋다. 집이든 머릿속이든 복잡하고 생각이 많으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몸을 깨끗이 씻으면 몸의 때와 더러운 것들이 떨어져나가 개운하고 기분이 좋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마음을 씻는 것은 생각을 비우는 것이다. 하심(下心)이다. 욕심내지 않고 남을 배려하고 공경하는 마음도 하심이다. 사람에 대한 자비와 사랑은 업장을 씻는 최선의 방법이다.

나를 내려놓고 남을 올려주면 대화가 수월해지고 계약이 성사되고 행복해진다. 마음 내려놓기는 마음 수행으로 얻어진다. 수행으로 몸에 좋은 에너지를 불어넣어 원기를 채우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운도 열린다.

세상일은 싫고 그름을 탓하고 가려서 할 수 없다. 싫어도 해야 하고 좋아도 하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 관자(管子)에 보면 ‘해불양수(海不讓水)’라는 글이 있다.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다 받아준다는 의미다. 마음 문을 열고 천지의 기운을 흠뻑 마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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