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변방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시리다. 겨울은 성숙의 시기다. 성찰을 잘 해야 자아가 성숙해진다. 자기성찰을 하면 삶을 살아갈 이유를 얻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소설(小雪)에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다가오는 시간에 모든 걸 기대며 살아간다. 뼈에 사무치고 허기진 겨울은 무릇 기도하기 좋은 달이다.

‘희망은 격렬하고 삶은 너무 느리다.’ 센(Seine) 강의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미라보 다리에서 사랑을 음미했던 아폴리네르의 말이다. 무릇 희망이 있어야 살아갈 버팀목도 생긴다.

기도란 무엇인가. 바라는 바를 이루고자 온 마음을 다해 불보살님(독자들의 종교의 신)께 비는 것이다. 기도의 성취를 바라면 한 생각으로 간절히 염원하며 초월적 존재에게 의지하여 수행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

기도는 사람을 무념무상의 상태로 만든다. 기도에 들면 신령한 기운이 머리로 들어와 온 몸에 퍼진다. 기도할 때는 전생과 현생에서 지은 모든 죄업을 용서를 구하는 참회기도부터 시작하면 좋다. 업장소멸 기도는 평생을 두고 하는 것이다.

기도는 나와 신이 대면하는 자리인 까닭에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다. 또한 외적인 모습 보다 얼마나 절실한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신은 인간의 기도를 항상 듣고 계신 까닭에 기도자의 간절함과 정성을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신의 마음을 울려야 가피를 받고 마음에 품었던 소원이 이뤄진다.

천지의 강한 기운을 받으면 기도의 파장이 더 강해진다. 그래서 수행을 좀 경험한 분들은 영험하고 기운이 강한 영지(靈地)를 찾아다닌다. 기에는 하늘의 천기(天氣)와 땅, 흙, 바위에서 올라오는 지기(地氣)가 있다. 천지의 기운을 다 받아야 잘 살 수 있다. 천지인(天地人)이 무엇이랴. 하늘, 땅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야 통(通)이 일어나는 법이다. 도(道)가 통하는 때다.

몸에 기가 소모돼서 궁(窮)할 때는 기도나 명상을 통해 기운을 충전시킬 수 있다. 흔히 기운을 받는다고 하면 하늘과 땅의 기운을 모두 받는 것이다. 주변에 영험하다고 소문난 장소를 찾아가서 기도하면 천지의 좋은 기를 듬뿍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영지에서 기운을 오래 받거나 혹은 강한 기운을 일시에 받는다면 몸에서 탁한 기운이 빠져나가고 운이 열리게 된다. 이때 주변에 있는 영가들도 함께 들어올 수 있으니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기도는 집이든 어디든 아무 곳에서 함부로 하면 안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중보기도는 효과가 있는가. 할머니가 먼 곳에서 나를 위해 기도하면 기도 파장이 그만큼 더 커지기도 한다. 그래서 여러 명이 한 주제로 기도하면 효과가 그만큼 더 크다. 사실 제일 좋은 것은 강한 기운을 한꺼번에 끌어다 받는 것이다. 이것은 나와 같은 법력승려의 역할이다.

삶이 곤궁해지면 살고자 하는 절실한 바람이 초월적 존재와 연결되어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기도 하고, 또는 전생의 복력으로 좋은 인연을 만나서 힘든 시기를 기적처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참 인연이 없으면 부처님을 만나기 어렵다.

신의 가피를 받아 소원 성취를 얻기는 생각만큼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힘들 때 기적을 간절히 염원하며 초월적 존재에게 의지하여 극복하는 과정은 기도 수행의 연장선이다. 중생은 아프면서 성숙하고 고난을 삶의 일부로 품는 넉넉한 여유로움이 생길 때 비로소 영적인 성숙을 할 수 있다. 중생은 고통의 밑거름으로 성장해가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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