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불교연합회 부회장 동국

최근에 농촌을 배경으로 한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도심의 공간에서 아등바등 사는 사람들의 눈에 여유롭고 느리게 돌아가는 농촌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농촌 삶의 한 단면이 그들에게는 풋풋한 로망이다.

2009년 이후 귀농귀촌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귀농귀촌 박람회에 가면 젊은이들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 젊은 세대의 귀농귀촌은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이들의 경제활동으로 수익과 일자리가 생기면 지방 세수도 늘어날 것이다.

‘귀농인’은 농사를 지을 목적으로, ‘귀촌인’은 전원생활을 목적으로 농촌에 이주한 사람이다. 산업화 시대에 농촌을 떠났던 50대 베이비부머들은 721만 명에 달한다. 이 은퇴세대들은 인생 2막의 시점에서 농촌으로의 정착을 점치고 있다. 거꾸로 농촌의 젊은이들은 도시로 빠져나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이다.

귀농귀촌인의 삶은 기대했던 것만큼 녹록치 않은 곳이 현실이다. 그만큼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귀농귀촌들의 농촌 적응실패 원인은 소득부족(44.2%), 생활불편(37.3%), 이웃갈등 및 고립감(7.7%), 자녀교육(7.1%) 등으로 나타난다(농림축산식품부 자료).

농촌에서 외지인의 수가 늘어나고 이들이 농촌 변혁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구성원간의 갈등이 일어난다. 사실 귀농귀촌인과 원주민 간의 다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농촌 거주 기간이 42년인 시골주민 9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보면 귀농귀촌인과 원주민 간의 갈등 이유로 '농촌 사회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29.3%)', '마을 일이나 행사에 불참(21.0%)', '집·토지 문제 또는 재산권 침해(10.7%)', '도시 생활 방식을 유지(10.3%)' 등을 꼽고 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

이웃 갈등과 고립감은 외지인의 농촌 적응 실패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원주민들은 불쑥 땅과 집을 사서 찾아온 외지인이 마을 분위기를 흐린다고 불평한다. 이처럼 역귀농귀촌인들은 생계유지를 위한 소득 문제 외에도 원주민과의 반목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지역주민의 텃세 문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악습이다. 회사에서 자리를 옮기면 직원들 사이의 텃세가 생기는 것과 같다.

원주민과 외지인 사이의 갈등은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른데다 사고방식과 삶의 가치가 달라서 그 간극을 좁히기 쉽지 않은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원주민들은 조용하던 마을에 불쑥 찾아온 외지인이 분위기를 흐리고 그동안 자기들끼리 일궈온 유대관계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부족하다고 배척한다. 반면 귀농귀촌인은 원주민들이 생활습성과 가치가 다르다는 이유로 외지인들에게 횡포를 부린다고 하소연한다. 내 돈을 내 마음대로 합법적으로 사용하는데 왜 간섭이냐고 항변한다. 삶의 공동체를 우선시한 원주민들은 갈등이 발생할 때 팔이 안으로 굽는 것처럼 서로 뭉쳐 외지인을 궁지에 몰아놓기 일쑤다.

정부와 지자체가 여러 가지 방편으로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여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귀농귀촌인과 원주민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더욱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어떻게든 상대편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둡고 바르지 않은 생각은 무지와 탐욕, 갈등과 반목을 만들어낸다. 농촌 마을에 들어간 것도 소중한 인연일 것이다. 서로의 입장차를 바로 보고 차분한 마음으로 서로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색안경을 쓰거나 마음을 닫으면 상대의 신뢰감을 잃게 된다. 혹여나 어려운 기로에 섰다면 중도(中道)의 마음을 갖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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