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환<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

중국이 19차 당대회를 개최하며 지도체제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졌다. 특히 스트롱맨에 속하는 시진핑이 기존 중국의 집단지도체제를 깨고 일인 지배를 강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지면서 이번 19차 당대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집단지도체제라는 것은 현대민주주의 국가의 국회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중국에서 7인의 상무위원을 국회의원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삼권분립 원칙에 입각한 의회제도는 국민의 대표자로서 입법의 역할을 하지만 통치는 하지 않는다. 집단지도체제를 다수가 통치하는 시스템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 같지만 그렇다면 국가주석인 시진핑과 총리인 리커창은 어떤 위치라는 것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공산당 일당체제를 헌법적으로 유지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에서 최고 권력인 공산당 총서기 직위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종신직으로 죽기 전까지 유지 되었다. 구소련에서 스탈린의 폭정은 그가 사망해서야 끝이 날 수 있었고 모택동 또한 죽기 전까지 직위가 유지되었다. 21세기에 들어서서도 쿠바의 피델카스트로도 죽어야 은퇴하는 사회주의 일당체제의 권력구조의 원칙을 이어왔다. 이렇게 보면 중국의 집단지도체제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간단히 현재 중국의 집단지도체제의 배경을 설명하자면 1989년 일어난 중국의 천안문사태에 따른 중국의 정치개혁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모택동 사후 권력을 장악한 등소평은 이미 고령이지만 일인 지도체제를 이어갔다. 하지만 1989년 천안문 사태가 발생하면서 정치 2선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당초 등소평 사후에는 리펑총리가 권력을 인계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천안문 사태 수습과정에서 리펑은 민심을 잃게 되고 기존 중앙정치무대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강택민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다.

강택민은 중국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천안문 사태로 민심을 잃은 기존 중앙정치인들을 대신하여 내세울 수 있는 대안이었다. 하지만 일당체제로 공산당의 안정적인 권력 유지를 최대 정치 과제로 인식하는 중국에서 예정되지 않은 정치권력 변화는 큰 불안요소였다. 더욱이 기존 베이징의 중앙정치 구조에 속해있지 않았던 상하이 출신의 강택민이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올라가는 것은 커다란 정치적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중국의 일인 지도체제가 아닌 집단지도체제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때 몇 가지 원칙이 정해지는데 요즘 이슈가 되는 당총서기의 연령제한이다. 물론 이는 강택민이 지속적으로 권력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못박아 놓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차기 지도자는 상하이 출신이 되면 안 된다는 원칙도 내세워 강택민이 임기 중 권력을 확대하는 것도 차단했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집단지도체제는 기존의 일인 지도체제가 천안문 사태에 따른 돌발상황에 임기응변적 대응책이었다. 현재 시진핑이 일인 지도체제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중국 정치가 더욱 안정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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