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성형외과 전문의·비에이성형외과 원장>

흔히 피지낭종으로 많이 불리는 표피낭종은 피부에 생기는 가장 흔한 종양의 하나이다. 가끔 진료실에서 피부종양이라고 설명을 하면 종양이라는 단어에 놀라는 환자들이 있다. 하지만 악성이 아닌 양성종양은 단순한 혹과 같은 것으로 괜히 종양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에 놀라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피부는 여러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바깥에 있는 피부 세포들은 부스러기처럼 탈락되고 안쪽에서 새로운 피부가 재생되는 작업이 계속 반복된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든 정상적으로는 몸에서 떨어져나가야 할 세포 부스러기들이 피부 안쪽에 작은 주머니를 이루며 고여있게 되면 이 종양이 생기는 것이다.

양성종양이므로 당장 수술하지 않는다고 해서 건강에 큰 해를 입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점점 커지는 경우가 있고 그 낭종 자체가 염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염증이 생기면 통증을 유발하고 아무는 과정에서 흉터가 남을 수 있다. 낭종에서 냄새가 나거나 진물이 흐르는 등의 증상이 발생해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비교적 크기가 작을 때, 염증이 생기기 전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치료는 수술로 낭종을 제거하는 것이다. 집에서 피지를 혼자 짜내는 것은 전혀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피지낭종은 치즈같이 생긴 피지덩어리를 표피세포로 이루어진 주머니가 둘러싸고 있는 모양인데 피지를 짜내서 크기를 일시적으로 줄인다고 하여도 주머니가 남아있다면 언젠가 다시 피지가 치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또 멸균되지 않은 기구나 손으로 낭종을 짜내다보면 감염을 일으킬 확률이 매우 높다. 낭종에 염증이 생기면 수술로 낭종을 깨끗하게 제거해내기도 더 어려워지고 치료기간도 길어진다.

수술로 제거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주변의 정상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표피낭종의 주머니를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들어내는 일에는 경험이 필요하다. 만약 수술 도중에 낭종의 주머니를 터뜨린다면 나중에 염증의 원인이 될 수 있고 낭종의 주머니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다면 후에 재발할 확률이 높아진다. 절개 흉터를 어떤 방향으로 위치시킬지도 피부주름에 맞추어 계획하고 섬세한 봉합을 통해 흉터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손바닥이나 발바다 같은 부위가 아니라면 피부기름샘이 있는 어디에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둥그렇게 올라온 피부 표면의 종양이라고 해서 모두 다 피지낭종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곤란하다. 피부 바깥에서는 비슷하게 보이고 만져지더라도 감별해야 할 진단들이 많기 때문이다. 전문의와의 진료를 통해 진단하고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의 485-7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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