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배<전 동산고 교장>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를 수학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10-1=0’, ‘100-1=발 등 찍는 도끼’, ‘1000-1=죽일 놈’이다. 열 번을 잘 모시다가 한 번 실수를 하면 ‘다음에 잘 해’라면서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된다. 하지만 백 번을 충성했더라도 한 번 역린(逆鱗)을 건드렸다면 발등을 찍는 도끼로 낙인찍힌다. 수년 동안 ‘ㅇ교도소 담장을 타면서’까지 충성을 다했어도 마지막 사소한 것 하나 안 들어줬다고 죽일 놈으로 매장을 시키는 현실이다. 특히, 지방자치제도가 도입이 되면서 선거 때마다 정당 추천 지자체장이 번갈아 가며 당선되기 때문에 공직사회에선 승진이나 영전을 위하여 상급자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을 속칭 ‘보험에 든다’라고 한다. 한 명으로 안심이 안 되면 이중삼중으로 재보험을 든다.

자칫 상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 수년간 쌓였던 수고와 노력이 하루아침에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은 작은 디테일이다.

기원전에도 승진을 위해 보험을 드는 사례가 많다. 사마천의 <사기>, ‘영행열전’은 온갖 종류의 간신들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 서두에 ‘힘써 농사짓는 것보다 풍년을 만나는 것이 낫고 착하게 벼슬살이 하는 것보다 임금에게 잘 보이는 것이 낫다. 여자만 미모와 교태로 잘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벼슬아치의 삶은 이보다 더하다.’라고 했다.

중국 춘추패자인 제나라 환공은 포숙의 충직한 도움으로 승리한 후 제 환공을 반대하며 살해까지 시도한 관중을 포숙의 추천과 그의 넓은 아량과 배포로 제상으로 삼았다. 관포지교(管鮑之交)인 ‘관중’과 ‘포숙’은 명재상으로 제나라를 태평성대로 이끌었다. 이런 명제상의 시대에도 제 환공을 파멸의 길로 이끈 제나라 3귀(三貴)라 불린 수조, 역아, 개방 세 사람은 교활한 방법으로 환공의 총애를 얻었다. 관중은 그들의 행동거지를 파악하여 환공에게 그들을 경계할 뿐만 아니라 내 칠 것을 충고했다. 환공은 희대의 3대 간신이 제공하는 인간의 쾌락의 맛에 쏙 빠졌다. ‘하늘이 내린 요리사’인 역아는 입에 착 달라붙는 음식을 해 올리며 장남까지 죽여 요리해 바치는 충성(?)을 하고, 자기의 생식기까지 거세한 수조는 환공의 취미, 생활습관, 여인의 기호까지도 파악하여 미인을 공급하고, 제후의 자리도 포기한 개방은 감언이설로 아부의 말을 해댔다. 환공은 이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교활한 방법을 깨닫지 못했다. BC643년 중병에 걸린 환공은 이들에 의해 굶어 죽였다. 일세를 풍미한 영웅이 단 한 가지 소인을 가려내는 안목부족 탓으로 비참한 말로를 겪은 것이다.

지난 일을 돌아보면, 어떤 이는 자식이, 어떤 이는 최측근이, 어떤 이는 본인이 감옥에 갇혔고, 어떤 이는 스스로 유명을 달리 한 일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는 당연히 선량하고 훌륭한 사람을 좋아하고, 사특하고 간사한 사람을 싫어한다. 그러하기에 그들은 감옥으로 가기도 하고 죽기도 하였다. 왜냐하면 훌륭한 사람을 좋아하지만 그들을 발탁하여 중용할 수 없었고, 사악한 사람을 싫어하지만 사악한 사람을 멀리할 수 없었기에 그러한 일을 당하였던 것이다.

나라나 조직을 다스리는 사람에게 절박한 일은 대인을 임용하고 소인을 물리치는 일이다. 결당영사(結黨營私), 소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결탁하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덕목은 이런 자를 멀리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가져오는 분명하고 능동적인 조치들을 실행에 옮기는 동심동덕(同心同德)을 지닌 인재를 발굴하여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하는 것이다. 이처럼 지도자는 ‘실천을 통해 스스로를 재창조해 나갈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여 인사를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하지만 요즘 인사를 보면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일이 일어날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생각난다.

 

저작권자 © 안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