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배 전 동산고 교장

 

학생들에게 ‘이차방정식의 해’ 구하는 방법을 가르칠 때에 몇 가지 해법을 수업한다. 직접 대입하는 방법, 인수분해에 의한 방법, 제곱근을 이용하는 방법, 완전제곱식에 의한 방법, 근의 공식에 의한 방법이다. 근의 의미를 깨닫게 하면서 근의 공식을 유도하는 방법까지 진행하면 꽤 높은 완성도를 갖춘 수업을 한 셈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방정식의 의미보다는 근의 공식을 외워서 답을 찾는데 더 관심을 두고 반복학습을 한다. 이처럼 공식화된 지식의 논리적 표현에만 의존하는 학습현상을 ‘형식적 고착’이라고 한다.

몇 년 전부터 선부동에 있는 고려인 공동체 ‘너머’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수학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상급반 학생들에게 사다리꼴 넓이를 구하는 공식을 유도하는 과정을 설명하면 대다수의 학생들은 몸을 비틀면서 지겨워한다. 학생들은 공식의 의미는 무시하고 암기해서 단순히 문제에 적용하여 답을 구하기에만 몰두한다. 이 현상도 ‘형식적 고착’이다.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지만 수학을 정말 못하게 하는 가장 나쁜 학습방법이다.

대학생들의 교육방법론 수업에서 수학적 통계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이따금씩 보조수단으로 ‘공업용 계산기’를 도입할 때가 있다. 이는 학생들이 수학적 통계 기법을 학습하는데 큰 도움을 얻기 위한 수단이지 학습의 목적은 아님에도 학생들은 학습해야 할 교육 방법론의 수학적 통계보다는 계산기를 조작하여 신기한 결과를 얻는 데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을 본다. 이러한 현상은 ‘메타 인지적 이동’이다. ‘메타 인지적 이동’이란 수단으로 만들어진 고안물이나 도구가 학습지도 자체의 목적이 되는 학습현상을 뜻한다.

이러한 두 가지 현상은 학생들이 어떤 지식을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이해하는 과정(이를 ‘개인화 또는 배경화’라 한다)과 정돈된 지식을 표현하는 과정(이를 ‘탈 개인화 또는 탈 배경화’라 한다)을 방해하게 된다.

‘형식적 고착’과 ‘메타 인지적 이동’현상은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지만 수학을 정말 못하게 하는 가장 나쁜 학습방법이다.

학부모들은 공식을 외워 시험을 친 결과로 좋은 점수를 받아오면 싱글싱글 하지만, 자녀의 뇌는 점점 창의성과 호기심은 사라져 버리게 된다. 이처럼 자녀들의 좋은 점수를 받아오는 것과 같은 사소한 행동을 보고 자녀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착각하는 현상을 ‘조르단 효과(Jourdain effect)’ 또는 ‘조르단 외면치레’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조르단 외면치레를 찾아본다면, ‘학부모의 불안을 조장하여 팔아먹는 교육상품’, ‘그릇된 세뇌훈련방식의 사교육영업’,‘절차나 형식적 정당성 없는 지역연고주의 예산 배정’, ‘종교인들의 기복신앙’, ‘정치사상과 무관한 지역민들과 종교인들의 감정적인 연고주의’,‘북한 주체사상의 세뇌교육’ 등이 있다.

박근혜정권의 몰락도 여기에 해당된다. 개인적인 비선실세의 의존적인 삶이 정권에까지 연장된 것과 보수 정권을 잘 구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누리당을 지지했는데, ‘박심이 국민의 마음보다는 우선한다’는 착각으로 당내분파주의에 골몰할 때 새누리당은 졸딱 망해버렸다.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문재인정권도 예외가 아니다. 촛불혁명은 시민들의 희망을 수렴하여 진행한 운동임에도 극단적 지지세력의 결합에 의한 것으로 착각하는 ‘메타인지 이동’현상이 인사, 방송장악 등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정치권력은 지배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국민의 탈개인화를 과소평가하거나 정적 제거를 위해 탈개인화를 과대평가하면 머지않아 계급배반이 일어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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