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배<전 동산고 교장>

 

소아시아의 농부 고르디우스가 프리기아의 왕이 되자 신탁에 따라 프리기아의 수도 고르디온의 제우스 신전 기둥에 '고르디우스'라는 이름의 전차를 단단히 묶어 봉헌하였다. 기원전 4세기경 마케도니아의 국왕 알렉산더왕은 아시아를 정복하려면 그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신탁을 전해 듣고 ‘운명이란 신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다’고 외치며 단칼에 매듭을 잘라 풀었다. ‘전차를 묶은 매듭’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달려야 하는 전차’에 초점을 둔 해결 방법이었던 것이다. 미신과 같은 일반적 사고를 무너뜨리며 대담하고 의외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던 것이다. 이후 알렉산더왕은 아케메네스왕조인 페르시아 제국을 멸망시키고 아시아를 정복하고 고르디우스 매듭의 신화적 효력을 입증하였다. 수레는 달려야하는 것이니 매듭을 풀든지 끊든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얽힌 매듭의 국가적 위기]

최근 우리나라는 경제와 안보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한국의 경제는 중국의 견제, 미국의 금리인상과 FTA재협상 요구, 국내 주력산업의 실적 부진으로 위기가 고조된 상태이다. 이런 와중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한반도를 위기로, 동북아 안보 지형을 진도9의 지진과 같은 불안정한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북의 핵미사일에 대비한 사드배치는 국내의 여론 분열과 중국과의 갈등을 야기하여 한국경제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어지는 일련의 나라 안팎의 악재들이 계속 꼬여 그 해결 방안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이러한 현재 위기에 주변 강대국은 비상사태 대비에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이해 당사자인 우리는 강 건너 불처럼 바라보며 국가 존망과 생존이 직결된 사안임에도 국론은 분열되고 진영싸움은 치열하다. 다행인 것은 대통령께서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라는 자세로 국가통수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지도자들은 자당의 이익을 넘어서 현재의 국가적 위기 상황을 냉철히 바라보며 중국과 러시아와의 북한 제재를 위한 단호한 외교 협상,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한 미국의 방어 자산과 한국형 미사일의 사거리 확장과 핵무장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알렉산더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해결할 때 매듭보다는 수레에 초점을 두어 해결하였듯이 새로운 발상의 전환의 접근 방식으로 국제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 '공부는 망치로 한다'는 니체의 말과 같이 갇혀있는 인식의 틀을 깨뜨리는 디테일한 접근의 방식도 필요할 때이다. 즉, 이솝우화의 싸리나무 다발을 풀어야 할 때이다. 자식들의 입씨름에 진저리가 난 아버지의 싸리나무 교훈에서 우리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싸리나무의 다발을 풀고 가지를 하나씩 꺾은 교훈처럼 구체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같은 방법으로 국가적 난제를 풀어내는 진취적인 외교와 이솝우화의 싸리나무 교훈의 창조적인 지혜의 섬세한 국제적 외교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좌정관천(坐井觀天)식의 싸움에서 벗어나야 할 때]

지금은 보수와 진보가 좌정관천(坐井觀天)식의 싸움에서 벗어나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협력을 할 때이다. 국가의 각종 정책 &#8211;외교와 안보, 국방과 통일, 복지와 교육, 경제와 통상정책 등-에서 당리당락, 이념적 대립에서 벗어나 상생의 혐력이 절실히 요청될 때이다. 깊이 생각하며 머리를 맞대어 위기를 돌파하기 바라는 심정에서 이야기를 한 가지 들려준다.

 

재산 분할 문제로 날마다 싸우는 자식들을 앞에 앉혀 두고서 아버지가 의미 있는 문제를 내었다. 아버지는 상 위에 팔뚝만큼 굵다란 막대기를 올려놓고서는 ‘만지지 말고 이 막대기를 작게 만들어라’는 문제였다. 자식들은 아무리 골똘히 머리를 쥐어짰지만 달리 방법을 찾지 못했다. 제일 나이 어린 막내가 밖으로 나가더니 자기의 힘에 버거운 절구통을 들고 들어와 그 옆에 조용히 놓고 물러갔다.

 

나의 풀이가 정석(定石)이라는 사고틀에서 빨리 벗어나 옆을 돌아보며 나의 풀이는 작고 가는 것임을 인식하며 협력하여 난국을 돌파하기를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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