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석<편집국장>

며칠 전 호남 출신의 한 지인과의 저녁자리에서 안산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를 주제로 담화를 나눴다. 이 지인은 자신은 호남이지만 뜻밖에도 향우회 무용론을 들고 나왔다.

전혀 의외의 발언에 당황했지만 그럴만도 한 것이 안산은 호남향우회와 밀접한 관계가 많은 도시다. 안산이라는 도시가 탄생하기 전, 섬진강 이주민들이 정부의 이주정책에 따라 안산에 터를 잡은 지 오래다. 그와 맥락을 같이해 호남향우회가 가장 먼저 안산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면서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한창 우리나라가 개발되는 시점, 정부의 댐건설 정책에 따라 섬진강 인근 주민들은 정든 고향을 버리고 낯선 안산에 정착을 하게 됐다.

그들은 지금으로 말하면 막 개발되기 전 허허벌판인 안산이라는 곳에 정착해 척박한 환경속에서 생활의 터전을 삼고 새로운 곳에서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정말 열심히 생활했다.

안산이라는 도시가 탄생한 86년 전후로 이들 이주민들은 다시 개발이라는 당면과제에 부닥쳤으나 곧바로 안산의 도시를 이끌어 가는 동력자로 중심을 잡았다.

그래서 안산의 호남향우회는 다른 어떤 향우회보다 막강한 조직력으로 그 힘을 키워왔다. 결국 지난 민선시장은 향우회장 출신을 배출하면서 막강한 향우회의 정점을 찍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인이 향우회 무용론을 제기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다름 아닌 향우회가 정치·경제·문화 등 각 분야에서까지 힘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남향우회의 이같은 조직력은 후발 주자인 다른 향우회까지 결속력을 다지는 촉매제가 된다. 도시 초창기, 향우회는 말 그대로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같은 동네 이웃이나 선·후배들의 친목의 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당초 취지가 변질돼 어느 곳이나 이들 향우회 위주로 편가르기가 심해지고 있어서 하는 말이었다.

그 지인은 향우회로 인한 폐해를 일일이 조목조목 설명하며 이젠 호남향우회가 나서서 향우회 본래의 취지를 되살려주기를 바란다. 아니 아예 향우회란 단어를 없애고 군민회나 시민회 등 개별적으로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향우회의 취지는 말 그대로 고향 선·후배들이 만나 고향이야기도 나누고 고향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논하는 자리여야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안산의 향우회는 각 분야에서 특수한 지역색을 드러내는 것을 종종 본다.

이 때문에 향우회가 안산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인은 보고 있는 것이다. 향우회는 친목단체로 보면 딱 맞다. 그럼에도 공직자나 정치인, 경제인 등은 무엇인가 필요하면 향우회를 찾는다.

정치인들도 향우회 행사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참석해 얼굴을 보이려고 기를 쓴다. 지금 안산의 현실이 그렇다.

향우회가 이제 안산이라는 도시에 걸맞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향우회가 자칫 잘못하면 ‘망국병’인 지역색을 도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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