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배<전 동산고 교장>

[빨강색 휴지 줄까, 파랑색 휴지 줄까?]

노키아의 CEO올리페카 칼라스부오 2007년 12월 <포보스>의 표지를 장식한 인물이다. 그로부터 불과 8년 만에 노키아는 휴대폰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다. 휴대폰의 제왕 노키아의 몰락 원인은 모범 답안에 따라 경영한 착한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늘 사용하는 사물에 대한 역발상을 통해 성공한 기업이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화장지 브랜드 레노바(Renova)이다. ‘왜 휴지는 항상 하얀색이어야 하지?’, ‘인간은 무엇으로 뒤를 닦는가?’라는 의문이 출발선이었다. 레노바는 색시한 화장지–파랑, 노랑, 분홍,보라, 초록 등 다양한 색상의 휴지를 만들었다. 작은 소품에서도 차별화를 꿈꾸는 개성 강한 소비자들의 열풍이 일어나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유명한 가수 비욘세는 빨간색 휴지를, 아메리칸 아이돌의 사이먼 코웰은 검정색 휴지를, 파리의 쁘렝땅백화점 화장실은 총천연색상 휴지를 비치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의 즐거운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빨강색 휴지 줄까, 파랑색 휴지 줄까?’ 질문을 하는 재래식 변소에 살던 귀신은 최첨단 패션아이콘이었던 것이다. 이런 예술혼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역발상적 사고를 할 수 있을까?]

역발상은 남과 다른 길을 가는 모험이기에, 리스크가 매우 커서 꺼리는 경향이 강하지만 개척하지 않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커다란 성공을 안겨준다.

역발상적 사고를 위해서는 첫 번째, 가이절옥(可以折獄)이다.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가 ‘자로는 단칼에 송사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그는 송사를 하루를 묵혀 두는 법이 없다’고 했다. 알렉산더대왕의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처럼 단 칼에 문제를 해결하는 결단력을 갖추라는 것이다. 자로는 결단력과 추진력이 누구보다 뛰어나 매사를 시원하게 해결하는 스타일이었다. 자로는 절옥(折獄), 옥문을 부숴버릴 정도로 신속하고 과감하게 업무를 처리했다. 성급하게 판결을 내린다는 부정적 의미보다는 문제해결의 중요성이 결단력임을 강조한 것이다.

역발상적 사고를 위한 두 번째, 익숙함으로부터의 탈출이다. 한비야의 저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습관과 익숙함에서 탈피할 때 비로소 전혀 새로운 세계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지도 밖으로 행군하는 변화이고, 변화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로부터 시작이 된다는 것이다, 익숙함에 길들어져 편안함과 안정감에 도취된 현재의 자기를 포기할 수 있을까? 편안함과 안정감의 이면에는 ‘안주(安住)’라는 덫이 숨어 있다. 안주는 곧 안락사이다. 익숙함에서 오는 문제는 신선함과 감동, 섬광과 같은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없는 삶의 메마름과 고갈이다. 이는 부족함으로 연결되며 2%부족으로 인하여 피곤함과 허탈감에 빠지게 한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설렘과 떨림이 없는 타성에 젖은 일상에 길들여진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함정이다. 녹이 쇠를 갉아 먹듯이 익숙함은 시나브로(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변화의 천적이다. 익숙함은 즐기며 안주하는 터전이 아니라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신속히 벗어나야 할 악의 구렁텅이다.

변화는 기존의 것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며 불확실성의 세계로 달려가기를 요청하는 신호이다. 역발상이라는 새로운 길을 가려면 서툴고 두렵지만 익숙함에서 탈피해야 한다.

영화‘쇼생크 탈출’의 생생한 한 장면이 기억이 난다. 50년 넘게 갇혀 산 죄수 브룩스는 출소하지 않으려고 난동을 부린다. 이를 본 동료 재소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브룩스는 안 미쳤어. 교도소에 길들어 졌을 뿐이야. 50년을 있어봐. 바깥세상을 몰라. 여기선 그가 대장이고 모르는 것이 없지만 사회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일 뿐이야’ 결국 브룩스는 출소하여 사회 부적응으로 자살을 하고 만다. 익숙함은 자살이다.

몸에 굳어 버린 습관, 좋지 못한 버릇에 인이 박혔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별을 고하고 빨리 벗어나야 한다.

오지선다형 객관식의 모범 답안 극복 방법은 가이절옥(可以折獄)과 쇼생크 탈출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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