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진<제빵기능사>

올해 평생학습관 상반기 상상대학의 ‘제빵기능사’ 수강생 중에서 일주일에 3번 혈액투석을 받으면서도 유일하게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있었다. 20년 가까이 만성 신부전증으로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배수진(39) 제빵기능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배 씨가 처음 평생학습관의 상상대학 프로그램과 연을 맺은 것은 3년 전이었다. 21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만성 신부전증을 앓아온 배 씨는 20년 가까이 오랜 투병생활을 해왔음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몸 상태가 점점 더 악화돼 수혈을 받아야만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지경까지 가게 되었단다.

“그 순간,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30대 후반이 될 때까지 스스로 성취한 것이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제 스스로에게 더욱 실망감이 들어, 만약 건강이 회복되면 목표를 정해 무엇이든 도전하겠다고 결심했었어요.”

상태가 점점 악화되던 배 씨는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시행되는 신 대체 요법 중 하나인 혈액 투석을 받고부터 다행히 점차 건강이 회복되었고, ‘무엇이든 배워서 도전해보자’라는 생각으로만 했던 결심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배 씨는 다양하게 많은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던 안산시평생학습관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레 호기심이 갔단다.

그중에서 배 씨는 단순히 먹는 걸 배워보고 싶어 부담 없는 ‘홈 베이킹’이라는 수업에 별 뜻 없이 신청을 했다.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던 ‘홈 베이킹’ 수업은 배 씨에게 삶에 또 다른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밀가루와 이스트 냄새, 빵 굽는 냄새만 맡아도 행복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홈 베이킹’ 수업이 8개월쯤 이르렀을 때, 배 씨는 그녀의 남다른 열정을 알아본 강사 선생님으로부터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단다.

26가지 각기 다른 빵들의 제조법을 외워야만 하는 체력이 강한 보통 사람들에게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기에 처음에는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배 씨는 과감히 자격증반에 등록했다.

그 이후 제빵기능사 자격증을 준비해온 배 씨의 삶에는 이전과는 다른 변화된 모습들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결심하니 일단 체력이 중요하다 생각이 들어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매일 수영에 조깅 등 체력을 기르기 위해 다양하게 도전했는데 몸이 먼저 움직이는 제 자신을 보면서 저도 참 신기했습니다.”

또한, 오랜 투병생활로 인해 다소 인간관계에 소극적이었던 배 씨는 평생학습관의 강의로 삶에 활력을 찾은 뒤 아는 사람도 더욱 많아지는 등 이전보다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쌓게 되었단다.

배 씨는 그렇게 일주일에 3회 4시간씩 투석을 받아가며 자격증 취득을 위해 남들보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같은 날 시험 본 수강생 중 유일하게 제빵기능사에 합격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 것이다.

이 기세를 몰아 그녀는 올해 하반기에 ‘제과기능사’ 자격증, 내년 상반기에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해, 후에 본인의 이름으로 카페를 하나 오픈하고 싶은 다짐을 내비쳤다.

“아픈 몸을 이끌고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자격증을 전부 취득하면 빵과 케이크, 차 등을 팔면서 베이킹 수업도 진행할 수 있는 카페를 꼭 차리고 싶습니다.”

삶의 우여곡절 속에서도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로 현재까지 올 수 있었다는 그녀에게 앞으로 더 큰 활약들이 기대된다. <이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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