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순<시인·수필가>

해가 길어져 저녁 7시가 넘어야 어둠이 이곳저곳에 내려앉기 시작한다. 날씨가 따뜻해져 마른나무 가지에 물이 오르는 것이 저녁 햇살에 어렴풋이 발갛게 보이기도 하고 조금 빨리 물이 오른 나무의 엷은 녹색 새순과 잎을 내고 있는 것도 보인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이제 크고 넓은 길 작고 좁은 길 위에 자동차들은 불을 켜기 시작한다. 요즘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자동차들의 불은 자동으로 켜지기도 한다.

낮에 자동차의 전조등을 켜고 다니면 사고율이 낮다는 통계도 나와서 요즘 나오는 신차들은 대부분 운전자가 신경 쓰지 않아도 불이 켜진다. 차 종류가 정말 많다. 신호에 한 번씩 멈추거나 주행이 시작되면 자동차가 밝히는 그 모양은 멀리서 보면 참 멋지다.

고속도로에 차가 밀리면 멀리서 그 행렬을 바라보면 참으로 대단한 풍경을 만들어 내어 보기에 좋다. 사진작가들이 서울의 한강 다리를 촬영하여 놓은 것을 보면 다리의 윤곽이 자동차들의 불 밝히는 그 모습을 통해서 달라 보이기도 한다. 자동차 길 위에서 보면 승용차들은 큰 차, 작은 차, 고급 차, 보통 차 그리고 화물차들도 대형 중형 소형 들을 볼 수 있다. 운전자들이 목표로 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운전자의 지시를 따라 차들끼리 서로 대화를 해야 한다.

대화는 앞차의 방향지시등(깜빡이)과 제동등(브레이크)을 통해서 서로 소통하고 진행한다. 우선 좌회전 우회전하기 위해서는 방향지시등으로 진행할 쪽의 등(燈)을 켜서 의사 표시를 하여 진행한다. 그리고 신호대기를 하려면 제동등을 켜서 멈춤을 알려야 한다. 이때 제동등을 한번 보면 차종에 따라 다르고 고급차 보통 차에 따라 그 모양이 각양각색이다.

우선 외제차를 보면 그 모양이 다양하다. 그중 잘 살펴보면 고양이 눈 같이 보이는 것이 있다. 대략 중소형 차는 동그란 모양의 고양이 눈 같이 보이는 것이 많다. 요즘 우리나라 신차를 보면 제동등의 모양도 다양하다. 안경을 쓴 것 같은 모양, 째려보는 모양, 그리고 휴대폰에서 볼 수 있는 이모티콘의 부끄러움을 나타내는 모양, 애교가 있는 모양, 틀에 박힌 네모진 모양. 그리고 눈을 크게 떠 호통치는 것 같은 모양도 있다. 화물차와 대형 버스들은 대략 네모에 가까운 모양으로 불을 켜서 의사 표시를 한다.

이렇게 수많은 차들의 뒤태에서 나오는 여러 모양의 방향지시등과 제동등을 우리는 늘 접한다. 이 많은 모양의 등을 앞에 놓고 또는 뒤에 두고 주행한다. 앞차에서 켜지는 불빛이 안경을 착용한 듯 근엄해 보일 때 그리고 째려보는 불빛이 눈앞에 보일 때 뒤차의 운전자는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물론 운전자마다 다르겠지만 요즘 같이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현대인들에게는 그냥 지나칠 것만은 아니다.

애교 있는 불빛으로 뒤차 운전의 피로를 풀어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양보했을 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애교의 불빛과 부끄러움을 표시하는 등이 켜진다면 모든 운전자들로 하여금 의사소통 잘되고 교통사고도 줄어들 것 같다. 그리고 차도 위의 모든 운전자들은 방향지시등과 제동등의 불빛 하나로 예의와 질서를 지켰다는 마음으로 행복 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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