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 시인 CEO아카데미 초청강연에서 밝혀
처음처럼, 다시 못볼 것처럼 열정 쏟아라

본지 부설 안산시CEO아카데미 76번째 강사로 송현 시인을 초청해 한양대 게스트하우스 컨퍼런스홀에서 ‘당신에게 남은 찬스가 많지 않다’란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동아대 국문과를 졸업한 송 시인은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 서라벌고 교사, 서울신학대 문창과 교수, 경기대 사회교육원 교수를 역임한 후 1976년 공병우 박사의 정신을 배운 뒤 공병우타자기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됐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우화에서부터 자신이 살아오면서 직접 겪은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줌은 물론 삶을 사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이 언제인지를 전했다.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거침없는 언변으로 회원들에게 소개한 송 시인의 강연을 요약.게재한다. <편집자주>

15년 전 청담동의 한 라이온스 클럽에서 조찬 강연 의뢰가 들어왔는데 조건은 맘에 들었지만 거절했다. 강사를 초청해 놓고 자기들만 밥을 먹는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수가 공개된 자리에서 가사를 외우지 못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몇해 전 행복전도사로 잘 알려진 한 부부가 자살을 했다. 행복을 얘기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이 책 저 책에서 베낀 강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한 강의를 하며 강사료를 받는 것은 범죄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자기 확고한 신념을 갖고 살아야 한다.

4살 아래 여동생이 독일인과 결혼을 했다. 동생을 통해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는데 독일인을 포함한 유럽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을 재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 3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how do you feel?’. 말 그대로 느낌이 어떤지를 묻는 말인데 한국 사람들은 표현을 잘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두 번째가 'what do you want?'. 속내는 숨긴 채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 다는 것. 세 번째가 'tell me your story'. 자신의 얘기가 아닌 남의 얘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은 다 비평가고 논객이다.

글 쓰는 것을 한 잡지 귀퉁이에 나와 있는 독자 모집 공고를 통해 배웠다. 일반적인 내용의 공고였는데 마지막 한 줄 ‘다음과 같은 글을 사절한다’는 글이 눈을 사로잡았다. ‘낙엽이 떨어진다’와 같은 평범한 글과 하자형의 글이었다.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하자라는 글을 쓰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순간순간 치열하게 살아라

한 학술세미나에 12명의 학자가 나왔는데 그 중 8명이 미리 써온 원고를 보고 발표를 하더라. 자기가 직접 한 일이라면, 자기 얘기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마산에 강의가 있어 갔는데 이제는 창원과 합병돼 없어진 지명이다.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월트디즈니는 미키마우스라는 캐릭터로 어마어마한 부를 창출했는데 마산은 가고파와 고향의 봄 작곡가가 태어난 도시임에도 이제는 이를 살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내 소개를 잠깐 할까 한다. 삼류대학을 나온 나는 2가지 목표를 가지고 살았다. 첫 번째가 멋진 여성과 연애를 하는 것이고 두 번째가 공부였다. 지금까지 70여권의 책을 집필했고 그중 400만권 이상 팔린 책도 있다.

10년 동안 글자 모양을 연구해 한글자형학을 만들었고 이를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기증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1년 6개월 동안 방송 활동도 했고 결혼은 두 번밖에 하지 않았다. KBS방송에서 5부작 다큐 프로그램에도 나왔고 이달에는 개인 방송국도 개국할 예정이다. 대단한 것은 없지만 순간순간 치열하게 살아왔다.

일본에서 내가 쓴 책을 출간하기 위해 사람이 찾아왔다. 주눅이 들지 않고 내 페이스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유명한 일본 가수가 부른 노래를 틀어 줬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우연히 듣게 된 노래인데 너무 좋아 연구하고 싶어서 100시간을 듣기로 했다. 그리고 현재 30시간 정도 들었다’

매일 매일을 새롭게 대하라

여러분에게 남은 삶이 많지 않다. 봄날 또한 길지 않다. 강물은 흘러가는데 자기 앞의 보이는 물이 항상 같은 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미스코리아도 결국 할머니가 된다. 할머니가 비싼 물건을 걸치고 다니면 오히려 안쓰러워 보인다.

늙어서 세계일주 하는 것은 한심한 짓이다. 좋은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몸도 온전치 않은데 여행을 만끽할 수 있을까.

임마누엘 칸트에게 이웃의 여인이 청혼을 했다. 그는 결혼에 대한 득실을 따져보기 위해 예찬론과 반대되는 책을 끊임없이 읽었고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여인에게 달려가 결혼 하자고 말하려 했지만 그 여인은 이미 세 아이의 엄마가 돼 있었다.

남미 안데스산맥에는 잉카문명이 있다. 잉카문명 건설에 사용된 돌은 안데스산맥에 있는 수 많은 돌 중 하나가 아니다. 분명 물리적, 화학적, 과학적으로 같은 성분이지만 잉카문명의 일부가 되어 그 가치는 천지 차이가 됐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못을 연못에 던지면 가라않는다. 하지만 나무에 묶어 던지면 뜨게 된다. 분명 같은 성분을 가졌지만 나무에 묶인 못은 다른 세상을 보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더 큰 인격, 존재, 영혼을 가진 사람과 묶이면 가치가 달라진다.

사자는 두 종류가 있다. 동물원에 있는 사자와 야생 사자. 두 사자의 모습은 같지만 삶은 하늘과 땅 차이다. 동물원의 사자는 사냥을 할 필요도 없고 아프면 알아서 치료도 해준다. 그런데 우리네 정치인, 교육자, 종교인, 학자가 바로 동물원 사자를 동경하게 만든다는 것이 문제다.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부러워하게 만들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사냥을 하고 추위를 견뎌내야 하는 혹독한 시간을 보내면서 성장하는 것인데 편안한 삶을 동경하는 사람들은 결국 좋은 재능과 역량을 반에 반도 쓰지 못하게 된다.

지금, 여기가 가장 소중한 것이다

사망보험을 들어 놓은 남편이 죽자 가족들을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회사에서는 줄 수 없다고 했다. 삶 자체를 산 적이 없기 때문에 죽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즉 죽으려고 하면 살아야 하는데 제대로 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 순간을 아낌없이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일기일회란 말이 있다. 평생의 단 한 번의 만남을 뜻하는 말로 기회의 소중함을 비유하고 있다. 이 말을 내 방법으로 바꾸어 만든 단어가 바로 '지여처다'다. 이 말은 내 삶에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 여기며 처음 만날 때 처럼 그리고 다시 못 볼 것처럼 다 쏟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나 역시 오늘 강의에서 지여처다의 마음으로 다 쏟아내고 갈 것이다.

로마로 여행을 떠난 세 사람이 교황을 알현하게 됐다. 교황은 세 사람에게 얼마나 머무를 것인지 물었다. 첫 번째 사람이 세달을 얘기하자 로마의 반에 반도 못 보고 갈 것 같다고 했고 두 번째 사람이 한달이라고 말하자 앞 사람 보단 조금 더 볼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사람이 일주일을 머문다고 하자 교황은 로마를 제대로 보고 갈 것이라고 했다.

오늘 못 보면 내일, 그리도 또 내일, 그러다 다음 주 또 그 다음주 이런식으로 미뤄지면서 결국 머문 시간이 제일 긴 사람이 가장 적게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 말에 공감한다면 오늘 당장 주위 사람들에게 사과해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주며 살고 있다.

자신의 책 쓰기에 도전하라

고스톱을 칠 때 손에 펼쳐진 순서대로 내면 안된다. 매번 다른 패가 손에 들어오기 때문에 칠 때마다 다르게 쳐야 한다. 삶도 역시 마찬가지다. 상황에 맞춰 다른 패턴으로 살아야 한다. 지금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

불경에 나온 얘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란 내용이다. 단 변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은 안 변한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사막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인 것처럼 이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바로 당신이 있기 때문이다.

다리를 다친 비둘기를 위해 2년 동안 쌀을 챙겨 줬더니 언젠가부터 나를 알아보더라. 노숙자가 키우는 새끼 고양이에게 넉달 동안 고기를 갖다 줬더니 어느날부터 내 목소리만 들어도 나왔고 내 배에 누워서 자기도 했다.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누군가 나를 알아봐 주는 이가 있다는 것 신나는 일이다.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은 대우가 달라지지만 시기를 놓치면 박사 학위 받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여러분이 책을 썼다면 그 또한 인정을 받고 대우 역시 달라질 것이다. 이제는 사진을 전문가만 찍는 시대가 아니다. 책도 마찬가지다. 도전해 보라.

살 날이 더 많은데 멍청하게 그냥 살면 안된다. 온몸으로 처음만날 때 처럼 유서를 쓰는 기분으로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정리.사진:유돈명.이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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