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CEO아카데미 특강
상대방의 음식을 먹는 체질의 변화가 ‘역지식지’
가슴이 없는 비정한 사람은 감동리더십 발휘 못해

본지 부설 안산시CEO아카데미 75번째 강사로 한완상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초빙해 ‘21세기 감동적 리더십’이란 주제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서 10일 특강을 가졌다.

한완상 전 총재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박정희 정권 때 민주화운동에 가담해 감옥살이를 했으며 미국 모리대학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공부했다.

그동안 서울대학교 교수를 거쳐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을 거쳐 상지대학교 총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을 지냈고 정부로부터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자신의 체험과 경험을 중심으로 회원들의 다양한 질문 쇄도로 이어진 한 전 총재의 강연을 요약.정리해 게재한다. <편집자주>

오늘 강연은 체험적인 내용 중심으로 얘길 나누겠다. 강남에서 안산까지 오면서 네비게이션에 대한 편리함을 느꼈다. 하지만 기계가 결코 뛰어 넘을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됐다.

기계 문명이 발달되면서 사람들의 삶이 편해지기는 했지만 생업을 잃게 되는 등 그로인한 폐단도 적지 않다. 사람의 지혜를 뛰어넘는 기계는 없다. 교육은 사람으로 하여금 더 사람다운, 즉 인간적인 존재를 만든다. 인간적인 사람의 본질은 내 입장을 떠나 남의 입장에 서는 것이다.

하지만 기계는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시간에 쫓기는 운전자의 초조함을 네비게이션이 알 수 없는 것처럼. 기계가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성을 초월하고 비우는 능력은 넘어설 수 없다. 역지사지란 말을 좋아한다. 내 입장을 떠나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인데 그것은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 역지사지는 감동적 리더십의 첫 번째 단계다.

두 번째 단계가 역지감지다. 상대방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생각은 분석할 수 있지만 감정은 어렵다. 감동적 리더십의 핵심은 가슴이다.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이 느끼는 정도를 알고 함께 아파해야 한다. 가슴이 없으면 아파할 수 없다. 아파할 때 눈물도 흘릴 수 있다.

인간의 본질은 타인의 입장에 서는 것

세 번째는 역지식지다. 구약 성경에 나오는 이사야는 대단한 시인으로 육식동물과 초식동물들이 평화롭게 어울리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 서울대 교수에게 부탁해 벽 하나에 가득 찰 정도의 그림을 받았다.

그림에는 ‘사자가 소의 여물을 먹을 때 그날은 온다’란 글이 적혀 있었다. 고기를 먹어야 사는 사자가 풀을 뜯어 먹는다는 것은 자기 체질의 변화, 즉 비웠다는 것이다.

유럽 중심의 외교 정책을 펼치던 미국이 지금은 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회담에서 워싱턴이 아닌 아시아와 가장 가까운 캘리포니아에서 진행하며 넥타이도 매지 않은 것은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시작이다.

세계를 지배하는 사이버상에서 파워가 제일 센 사이트가 구글이다. 21세기는 그 주체와 관계 없이 숨기고 살수 없는 세상이다. 밀실이란 말이 있을 수 없는 시대다. 다 드러내고 투명한 지도자가 되려면 도덕적으로 투명해야 한다. 이전 시대는 불투명하고 위에서 내려가는 리더십이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50조원의 재산을 가진 워런 버핏이 2011년 뉴욕타임즈 특별기고를 통해 미국 상.하원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나 같은 부자를 위한 입법을 하지 마라. 기업에 아첨하지 마라. 중소기업, 서민, 샐러리맨들의 세금을 줄여줘라.

그는 자신과 오랜 시간 함께한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자신보다 많은 35%의 세금을 낸다는 얘기에 정치인들이 뭔가 잘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미안해했다. 이것이 역지사지, 역지감지다. 그는 자기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했다. 자식들에게는 영원한 명예가 될꺼다. 그는 법은 가슴을 바꿀 수 없다.

그러나 법은 억제하고 규제하고 제한할 수 있다. 가슴이 없는 사람, 즉 비정한 사람은 감동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비정하다는 것은 비인간적이라는 것이다. 가장 불행한 것은 가슴 없는 부부가 한 평생을 함께 사는 것이다.

감동적 리더십의 표본 ‘더 끌레르 부통령’

1995년 만델라 대통령 취임식에 특사로 방문한 적이 있다. 만델라가 석방 후 정당을 만들고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이가 바로 더 끌레르다. 그는 만델라 대통령 취임 후 부통령 자리에 앉아 그를 도왔다. 취임식이 끝나고 차가 빠져나가는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과연 효율적인 국가 관리가 가능할까 의구심도 들었다.

만델라를 대통령으로 만든 더 끌레르 부통령과 얘기를 나누고자 요청을 했더니 연락이 왔다. 그는 나를 만나자마자 미국에서 취임식에 맞춰 축의금을 보냈는데 한국에서도 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내가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당황했지만 고르바초프를 만난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는 반응을 보이며 고르바초프는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만드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얘기에 감동 받은 얘기를 하며 그는 20세기 냉전체제를 바꿔 놓은 대단한 변화를 이끈 지도자라고 애기하며 더 끌레르가 고르바초프보다 위대한 2가지를 얘기했다.

우선 고르바초프는 80년 지속된 냉전체제를 해체시켰지만 당신은 300년 지속된 인종 차별을 해체시켰다. 어느 것이 더 위대한 것이냐. 어느새 축의금 얘기는 쏙 들어갔다. 두 번째는 진실로 더 끌레르가 위대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고르바초프는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실권했다. 하지만 그는 인종 차별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힘을 더 얻었다. 만델라는 국가 경영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백인의 효율성을 가지고 도우려고 했다는 것.

스스로 낮춰서 만델라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택한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감동적인 리더십, 역지사지, 역지감지 아닌가.

만델라는 대통령 선거 당시 압승을 원하지 않았다. 교만해지고 도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민주주의는 51대 49다. 압승은 좋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묵사발로 이기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대로 당한다. 이는 가슴이 없는 사람들이다. 부부싸움을 보면 역시 그렇다. 겨우 이기는 정도, 위엄 있게 지고 이기는게 좋다.

약한 자의 자존심을 건들면 발악한다

발악. 말 그래도 악을 드러내는 것이다. 발악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죽음의 전쟁이 된다. 사람은 누구든지 맘속에 악이 있다. 발악은 다른 사람 속에 있는 악한 것을 보면서 자극하는 것이다. 그 악이 자극되면 내 속에 있는 악으로 또 다시 발악하게 된다. 상대방의 나쁜 점만 말하는 사람은 발악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악과 선이 있다. 선과 악이 비율이 크고 작을 뿐 100%는 없다. 모든 사람들 속에 악과 선이 공존하기에 교육을 통해 상대방의 좋은 점을 보게 해야 한다.

발악의 반대말은 발선이다. 성경에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하면 원수의 머리에 숯불을 얹어 놓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원수가 헐벗으면 입히고, 고생하면 함께 아파해라. 숯불을 머리위에 올려 놓으면 얼굴이 붉어지는 것처럼 부끄러울 때 양심에 가책을 느낄 때 발선하게 된다.

나쁜 놈을 자극하면 결국 발악하게 되고 양심이 얼어붙어 작동을 못한다. 숯불은 얼어붙은 양심, 선심을 녹게 만든다. 발선이 되면 상생과 함께 평화가 찾아 온다. 젊은이들에게 발선의 자극을 줘라.

통일원에 있을 때나 대한적십자사에 있을 때나 북한에 대한 나의 입장은 한결 같다. 경제와 정치는 분리돼야 하며, 인도주의 역시 핵문제와 분리돼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북한은 무력이 강하기 때문에 위협이라 생각하는 데 북한이 강력하게 나오는 것은 우리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약한 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발악하게 만든다. 약하기 때문에 발악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몰아 붙이면 호랑이로 돌변한다.

미운놈 떡 하나 더 주고 잔치날엔 거지에게도 밥상을 차려주는 게 우리의 미덕이다. 짓는 개는 절대 물지 않는다. 박근헤 정부 만큼은 평화의 열매 맺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북한은 발선의 대상이지 발악의 대상이 아니다.

<정리.사진 : 유돈명.이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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