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희 회장, 죽음 주제의 명강의로 감동 안겨
죽음에 대한 철학이 바뀌면 인생 태도 달라져
‘죽음’ 알고 미리 준비하면 건강.행복 뒤따라

지난 18년 동안 4천500여명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며 행복한 죽음을 선사하고 있는 원주희 샘물호스피스 회장이 COE아카데미 53번째 강사로 초빙됐다. 약사로 남부러울 것 없었던 삶을 포기하고 죽음을 준비시켜 주는 사람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그의 진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요약 게재한다.<편집자주>

원주희 회장은 용인 백암에 위치한 샘물호스피스를 18년간 운영하며 말기 암 환자나 에이즈 환자의 임종을 돕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한 원 회장은 전국을 누비며 ‘준비하는 죽음’이란 주제로 죽음에 대한 인식 변화 중요성을 강연하고 있다.

그는 약학을 전공하고 ROTC(학군사관)로 임관, 전방에서 의정장교로 복무했다. 그 당시 도끼만행사건이 발생하며 전국은 전쟁에 대한 불안감으로 병사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에 휩싸였다. 병사들의 죽음과 그에 따른 공포를 실제로 겪으며 심각한 문제임을 실감했고 그 일을 계기로 죽음을 인도하는 길에 종사하게 됐다.

이를 위해 약사의 길을 포기하고 42살에 목사가 됐으며 그 후 장의사 자격증까지 따냈다. 특히 감염, 경제적 문제 등으로 치과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에이즈 환자들을 위해 전국을 다니며 진료를 할 수 있는 대형버스를 개조한 무빙덴탈클리닉을 만들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 41번의 도전 끝에 대형운전면허까지 취득했다. 물론 이 모든 노력은 지금 하고 있는 봉사를 더 잘 수행하기 위한 준비였다.

‘죽음’이라는 말 피하지 말고 친해져야

약사, 목사, 장의사, 대형버스기사의 부인과 자녀로 살았지만 가족들은 행복해 한다. 이유는 자녀와 부인에게 죽음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도록 만들어서 죽음에 대한 인식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오늘도 여기 오는 중에 두 분이 돌아가셨다. 죽음의 현장에서 가족들과 주변 분들을 격려하며 너무나 많은 것을 깨닫게 됐다. 그런 죽음에 대한 얘기를 하러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죽음은 피하고 싶은 문화’며 ‘마지못해 가는 곳’이다. “죽음을 알면 이긴다”란 책을 출간했는데 팔리지 않았다. 그 이유가 제목에 죽음이 들어갔기 때문이란다.

이제는 죽음에 대한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죽음을 준비하는 일을 하고 있고 오늘 죽음을 준비시키러 왔다.

죽음을 준비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죽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올 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네팔과 브라질에서도 호스피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작년 브라질을 갔을 때 교회 예배당이 무너져 180여명이 죽었다.

그 후 부터는 처음 들어가는 건물은 천정을 살피게 됐다. 하지만 준비가 돼 있기에 걱정이 없다. 대부분 죽음을 준비하면 재수없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이 순간의 모든 것’이 가장 소중하다

죽음은 언제, 어떻게 올 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간이 매우 소중하다. 톨스토이는 언제, 누가,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는 답변에 “지금 이 순간의 모든 것”이라고 했다. 5분 후에 죽는다고 한다면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 이 시간이 정말로 소중할 것이다.

나는 언제 닥칠지 모를 죽음에 대비하기 위해 여섯 시간 내 안구 기증, 장기 기증, 수혈시 주의, 연락처 등이 담긴 유언장을 30년 가까이 주머니에 넣고 다녔지만 아직까지 살아 있다. 저를 만난 기념으로 죽음을 정면으로 준비해라.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은 준비되지 않은 죽음이다. 당하는 죽음과 맞이하는 죽음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암으로 들어온 환자가 거부감으로 아무런 준비없이 죽었는데 결국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딸도 자살을 했고 홀로 남은 아버지는 충격적인 상황에 처하게 됐다.

반대로 30살이 된 아들을 입원시킨 부모에게 얼마 남지 않았다며 죽음을 준비시켰더니 가족들은 안구까지 기증하며 힘겨운 시간을 편안하게 맞이했다.

내 아내는 심장이 약하고 폐쇄공포증으로 밤에도 불을 켜 놓고 자는데 아침에 자기가 일어 나지 않아도 놀라지 말라고, 그리고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라며 늘 준비시킨다.

나 역시 아내에게 항상 죽음에 대한 준비를 시킨다. 이런 예방주사만으로도 엄청나게 감사할 일이고 죽음에 대한 작은 생각의 변화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순서없이 찾는 죽음위해 유언장 만들어라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것이 3가지 있다. 이것만 알아도 각자가 속한 가정과 공동체가 바뀐다.

첫째, 죽음은 순서없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태어나는 순서는 있지만 죽는 순서는 없기 때문에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유언장을 써 놓고 죽음에 대한 준비하며 살았다.

큰 아이가 시집을 가면서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가게 됐는데 스파에서 감전당한 뉴스를 보고 유언장을 다시 정리하고 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다 고쳐서 다시 준비했다며 무사히 다녀왔다. 아이들 또한 자녀를 나으면서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해 놨다.

준비가 철저해야 죽음을 이길 수 있다. 정면으로 쳐다보고 가능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오늘 집에 가서 자녀들을 지금까지 살아줘서 고맙다며 꼭 안아줘라.

외국의 어느 묘지에 갔더니 입구에 “오늘은 내 차례 내일은 네 차례”라고 써 있었다. 죽음을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며 살라는 떠난 사람이 남겨주는 메시지다.

우리 시설에 들어오면 유언장부터 준비하라고 한다. 나보고 암이냐고 묻지만 언제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준비하고 다닌다고 말한다. 죽음을 준비하는 바이러스 전파. 내가 준비해야 남들도 준비한다.

혼자 가는 외로움을 함께할 사람이 있어야

만약 천안함 사건 때 죽음을 준비한 병사가 있다면 과연 어땠을까. 그 부모는 분명 큰 위로가 됐을 것이다. 돌아가기 전에 항상 집에 전화해라. 마지막 메시지가 될 수도 있으니.

둘째, 죽음은 혼자 가는 길이다. 외로움의 길, 두려움의 길이 죽음이다. 환자들은 혼자 가는 것이 두렵고 외로워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그러나 손을 잡아 주면서 옆에 있어준다는 말만으로도 두려움과 외로움 해소되며 통증조절이 된다.

외롭지, 두렵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나의 일이다. 혼자 살다 가는 외로운 노인들이 많은데 안산에서도 호스피스 운동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17살 아이가 부모의 무관심속에 암에 걸려 왔는데 두려움과 외로움에 힘들어 하는 아이를 안아주며 더 좋은 병원으로 입원하는 거라며 위로해 줬다.

아이가 죽기 3시간 전 숨을 몰아쉬며 웃으며 갈 때 된 것 같다고 말했지만 두렵거나 무섭지 않다고 했다.

내 품에 안겨 노래 불러달라고 웃으며 죽음을 맞이했다. 죽을 때 웃을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행복이다.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안산을 만들어야 한다. 웰빙은 물론 웰다잉도 중요하다. 죽을 때 누군가 옆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나는 영등포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었지만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보람되고 가치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사명 때문에 그만뒀다.

돈 벌려고 하는 일은 죽을 때 후회한다. 사명이 있는 사람들의 목표는 분명하다. 죽을 때 행복하게 갈 수 있도록, 그리고 에이즈 환자들을 3년 안에 치과진료를 다 해주는 것이 목표다.

가치있는 일을 찾고 사명감을 지녀라

여러분들은 리더이기 때문에 목표가 있을 텐데 거기에 보람과 가치가 있기를 바란다. 일하다 지치고 힘들 때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도둑놈들이다.

그들의 일을 본받지는 말아야지만 그들의 사명감이나 목표는 누구보다 명확하다. 그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근면하고 성실하며, 도전 정신에 팀웍까지. 그들은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하며 절대 혼자 먹지 않는 나눔의 정신까지 발휘한다.

우리나라에서 죽음은 통곡과 귀신의 문화라 생각하며 같이 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 그래서인지 하는 일이 방송에 나가면서 동네 사람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야 했다.

결국 이전을 위해 용인시에 땅을 사고 허가를 요청했는데 이 또한 소문이 나 주민들이 몰려와 대규모 시위를 펼쳤다. 외국의 사례를 들며 후손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득했지만 무의로 돌아갔다.

그래서 3가지 조건을 걸었다. 첫째 땅을 팔아주고 다른 장소를 확보해줘라. 둘째 나를 찾아오는 환자들을 데려가서 돌봐줘라. 그리고 차라리 나를 죽여줘라. 그랬더니 주민들이 1천500평 땅을 확보해줬고 지금의 샘물호스피스가 탄생하게 됐다.

지금은 오히려 동네 주민들이 더욱 반기며 명절 때 선물 들고 찾아오기도 한다. 님비현상을 뛰어넘는 것은 죽음에 대한 철학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목숨을 걸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죽음을 알고 준비했기 때문에 죽음에 당당할 수 있다.

아침.밤시간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라

셋째, 빈손으로 가는 것이 죽음이다. 확률적으로 돈 없는 사람이 편하게 죽는다. 돈이 많아도 다 내려놓고 간다면 편하게 갈 수 있다.

오늘 죽는다면 여자들은 자식 때문에 남자들은 아내 때문에 못 간다고 한다. 그나마 아내가 남으면 편하지만 남편이 혼자 남으면 거의 폐인처럼 산다.

아내 분들이 남편 걱정을 더 많이 해줘야 한다. 밤은 죽음을 연습하는 시간이다. 옷을 벗는 것은 가진 것을 내려놓는 것이며, 샤워는 염하는 연습이다. 잠옷은 수의, 이불은 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다가 죽는 것을 원한다. 반대로 아침은 삶을 준비하는 연습이다. 오늘 저녁 죽음을 준비하는 연습을 한다면 다음날 새로운 힘찬 삶을 준비하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바뀌면 유익한 것이 3가지 있다. 우선 삶이 달라지고 행복해진다. 대구 지하철 화재 현장의 여학생이 마지막 통화로 ‘엄마 사랑해’라고 남겼는데, 죽음을 앞에 두면 삶이 달라진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해야 한다면 대부분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사람에게 전화하게 될 것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오늘 사랑하기도 바쁘다. 지하 700미터 탄광에 있다면 같이 함께하는 주위의 사람들이 너무도 중요할 것이다.

준비하는 죽음이 욕심을 없애준다

둘째, 어떤 위기도 극복하고 대처할 자세를 갖게 된다. 9.11테러 사건 당시 건물 내부의 중요한 문서들은 이미 백업받아 경제적인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가능성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한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위기에 대처하는 준비가 완벽하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샘물호스피스는 매월 2억원이 필요한데 4월 잠깐 자리 비운 사이 무너졌지만 다시 복구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서 위기 대처 능력 키워야 한다.

셋째, 죽음을 준비하는 삶은 욕심이 없기 때문에 건강하다. 올해 59살이지만 항상 건강하고 활기차다. 욕심을 버리고 다 내려놓고 나니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세계적인 부자 록펠러가 53세에 사형선고를 받았다. 병원 입구 로비에 ‘주는 자가 복이 있다’란 문구를 보고 ‘한번 줘 보자’고 실행했더니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98세까지 살았다.

록펠러 재단을 설립하며 지금도 부의 가치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부자이다. 저 역시 지금까지 230억원을 썼지만 절대 굶어 죽지 않는다. 나누는 삶은 죽을 때 후회 없이 행복할 수 있다. <정리:유돈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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