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러스 실제 모델 서희태 음악감독 초청 특강
생산제품까지 아트마케팅 도입하는 기업 경영 방식 주목
음악적 창의성 통해 거가대교 공사방식 아이디어 찾아내

한국 최초의 클래식 전문드라마로 ‘강마에’라는 인물을 탄생시키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베토벤 바이러스’의 음악감독. 강마에란 인물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며, 최근에는 김연아 선수가 출연하는 아이스쇼에 한국 최초로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하면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서희태 지휘자이자 예술감독이 48번째 안산시 CEO아카데미 강사로 초청됐다. 이날 회원들은 연말을 맞아 클래식의 감동을 함께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감동있는 강의의 요지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요즘 기업인들 사이에 '문화 경영'이 새로운 코드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경영이란 기업이 문화와 예술활동을 기업경영에 접목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또 직원들의 자부심과 애사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며, 직원 만족을 고객 만족으로 발전시켜 매출을 늘리고 고객과 조직 구성원 그리고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사회 환원을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예술과 경영을 접목한 이른바 ‘아트 마케팅(Art Marketing, 문화예술 마케팅)’을 적극 펼쳐 뚜렷한 성과를 거둔 기업과 인물이 있다. 바로 크라운 해태제과의 윤영달 회장이다. 윤 회장은 “지금은 예술이 밥 먹여주는 시대이다. 그만큼 무엇보다 예술지수(AQ: Artistic Quotient)가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한다.

크라운 해태제과가 히트를 친 과자에서 이러한 예술지수를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아이비 크래커’는 반죽 숙성시 클래식을 들려주어 효모의 활동을 촉진해 과자 맛을 부드럽게 했으며, ‘오예스’는 명화 엽서를, ‘발리초콜렛’은 몬드리안의 추상화 모티브를... 등등 제품 포장에 예술성을 가미했다.

그렇다면 왜 문화 예술이 경영의 새 화두로 떠올랐을까. 그 이유는 인터넷과 통신의 발달로 개인의 생각을 바로 발현하는 신 직접 민주주의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개인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과거의 강력한 리더십과는 다른 감성적인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인 캔 블랜챠드는 ‘1분 경영수업’이라는 책에서 기존의 고객감동경영을 넘어 직원감동경영론을 강조한다. “직원들을 잘 대접하라. 그들이 모든 것을 이루어준다. 그들이 없다면 회사도 없다”, “수익이란 고객을 잘 관리하고 직원들을 잘 대우해 준 대가로 받게 되는 박수갈채다”라는 게 그 요지다.

클래식은 귀족음악이 아니라 ‘대중음악’

요즘 많은 기업이 고객 초청 음악회를 열고 있다. 더불어 얼마 전부터 직원 감동 콘서트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1차원적인 고객 감동은 고객의 마음만 얻을 뿐이지만 직원 감동은 고객과 함께 직원, 더 나아가서는 직원가족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은 문화 예술이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잘 인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클래식음악은 여러 가지 사례에서 그 놀라운 효용성이 입증되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예를 들면 동물의 경우 한우에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었더니 온순해지고, 생육 상태가 좋아져 일반적인 축산농가의 1등급 한우 출현율에 비해 약 3배에 가까운 높은 출현율을 보였다거나, 젖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었더니 착유량이 증가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식물이나 과일의 경우는 생육과 결실, 그리고 당도의 향상에 큰 효과가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음악이 동 식물의 성장뿐 아니라 병충해의 방제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 뿐인가. 클래식 음악은 장을 발효시킬 때나 콩을 숙성시킬 때에도 미생물의 활동을 증가시키고 맛을 좋게 해서 매출 향상으로 연결된 예도 있다. 식물이나 동물에도 클래식음악이 이렇듯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하물며 인간에게는 어떻겠는가.

이완주는 ‘식물은 지금도 듣고 있다’라는 저서에서 “음악이 식물의 병충해 발생을 줄이고 저항력을 크게 높여줄 수 있으며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식물이나 동물에도 클래식 음악의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는 마당에 하물며 사람에게는 어떻겠는가?

CEO의 문화마인드가 기업 성패 ‘판가름’

우리나라에서도 감성경영이 늘고 있다. 그 예로 CEO와 직원의 영화, 연극, 뮤지컬, 오페라 관람 등을 들 수 있다. 심지어 웅진식품의 유재면 대표는 직원과 함께 밴드 활동도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신세계백화점과 현대카드의 문화 마케팅이 돋보인다.

2009년 말에 신세계 총괄대표에 취임한 정용진 부회장은 첫 외부 행사로 서울시향과 함께하는 송년음악회를 열었다.

이 회사의 문화행사비 규모는 2009년 94억원에서 2010년에는 134억원으로 늘어났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런 문화 마케팅에 힘입어 문화홀을 이용한 고객의 경우 구매 비중이 일반 고객에 비해 4.5배에서 6배까지 높은 효과를 거뒀다.

현대카드는 ‘Time for the Black’, 슈퍼콘서트, 슈퍼매치, 슈퍼토크, 레드카펫 등 다양한 문화 마케팅을 펼쳐 카드업계의 우량기업으로 성장한 케이스다.

선발 카드사 보다 12년 늦게 시장에 진출한 현대카드는 이같은 문화 마케팅에 힘입어 2009년 말 기준으로 유료회원 876만명, 당기 순이익 2천128억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올렸다.

부산~거제간 연결도로 공사(거가대교)는 총 길이 3.5㎞의 사장교(차량이 통행하는 상판을 케이블로 연결해 주탑에 매달아 만드는 교량) 2개와 세계 최대, 국내 최초 침매터널(육지에서 도로로 사용되는 침매함체를 만들어 바다 속에 빠트려 관처럼 연결해 만드는 터널) 3.7㎞ 그리고 육상터널 등이 연결된 총 연장 8.2㎞에 사업비가 2조3000억원이 들어간 대규모 토목공사다.

음악매니아가 ‘거가대교’ 창의적 공법 발견

이 침매터널 건설공사는 △세계 최초 외해 건설 △48m의 최고 수심 해저 건설 △단일함체 최대 길이(180m) △초연약 지반 건설 △최초 함체접합부 이중지수제 사용 등 5개 부문의 세계신기록을 수립했고 3건의 건축특허를 등록하는 등 세계 토목계가 주목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2008년 10월 침매터널의 침매함체 4번과 5번을 연결하던 중 발생한 문제해결 과정이다.

함체를 연결하는 고무조인트가 접합부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 당장 물이 새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했다.

그 때 공사팀의 최봉철 차장이 획기적인 발상을 내놓았다. 접하부분(챔버)에 에어밸브를 설치해 물을 빼기 전에 반대로 공기를 주입하고 수압과 공기압을 동시에 이용해 접합부를 다시 연결하는 방법이다.

이 제안은 실사를 거쳐 채택됐고 완벽하게 접합부를 연결할 수 있었다. 최 차장이 최초로 시도한 이 기술은 세계특허를 얻었다.

그렇다면 최 차장은 어떻게 이런 창조적인 발상을 할 수 있었을까. 그는 음악을 좋아하고 작곡가가 어떻게 이런 곡을 작곡했을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정형화된 스토리를 방영하는 TV를 시청하기보다는 음악회나 공연장을 찾는 걸 좋아하고, 집에서도 대부분 시간을 음악을 듣고 책을 보며 두 아이와 마음껏 뛰어놀면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는다.

숙성된 김치와 같은 것이 ‘클래식’

결국 창의적인 마인드를 가진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전체 공사비의 약 10분의1에 달하는 2천억원의 공사비 손실을 줄였을 뿐 아니라 공기지연에 따른 회사의 대외신인도 하락도 막아주었다. 또 세계특허까지 얻었으니 창의적 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클래식이란 무엇인가. 18세기~19세기 고전주의 시대의 음악가로 하이든, 베토벤, 모차르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모차르트는 귀족 뿐만 아니라 평민을 위해 작곡했는데 그 곡들은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이것이 바로 클래식이다. 모차르트와 비교되는 인물이 있다. 당시 궁중음악가였던 살리에르는 수많은 곡을 작곡했지만 지금까지 남아있는 곡이 없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살리에르는 유행가를, 모차르트는 대중음악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살리에르는 이를테면 궁중 귀족의 생일에 맞춰 파티용으로만 작곡한 탓에 그 곡은 반짝하고 사라지는 유행가일 뿐이었다.

서 감독은 클래식은 김치라고 정의한다. 클래식음악은 숙성되었기 때문이다. 단지 오래된 음악이라고 클래식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모짜르트의 시대에도 작곡을 하는 사람은 매우 많았다. 하지만 여지껏 살아남은 음악은 소수다. 시간이란 필터를 거치면서 살아남은, 숙성된 음악이 바로 클래식인 것이다.

반면 대중가요는 그 수명이 너무나 짧다. 불과 3개월 전 인기가요는 이번 달에는 순위에도 들지 못한다.

오케스트라 단원은 상호 믿음을 가져야

그만큼 시간은 강력한 필터 역할을 한다. 몇 년 전 권상우, 최지우 주연의 ‘천국의 계단’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거기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곡 중의 하나가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 사람이고 그 음악 역시 500년 전 음악이다.

그런 음악이 2000년대의 최근 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는 것, 놀랍지 않은가? 우리가 클래식을 들어야 하는 이유다.

이제는 ‘오케스트라와 경영’을 주제로 조직이 오케스트라에 주목해야할 이유가 있다. 회사 조직을 오케스트라 조직에 대입시켜보면 CEO는 지휘자, 회사는 오케스트라, 직원은 단원으로 비유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는 현악, 목관, 금관, 타악파트로 구성된다. 각 파트의 역할은 회사 조직처럼 다양하다. 현악파트는 거의 쉼 없이 연주하고 인원도 가장 많다.

목관.금관파트는 현악기에 비해 연주시간이 짧고 개개인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타악파트는 연주 내내 쉬는 듯 하지만 그 영향력과 역할은 막중하다.

이렇게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각 파트는 모두가 공통의 목적을 위해 맡은 역할을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오케스트라 단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테크닉 보다는 남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귀’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휘자는 단원들 간에 서로 듣게 해주는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오케스트라는 하나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

이런 오케스트라를 회사에 비유해보자. 회사에는 여러 부서가 있다. 그런데 각 부서간의 소통이 부재한 회사에서는 자기 외에 남의 부서의 일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내부 관리부서 직원은 외근이 잦은 영업부서 인력의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는 점을 들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고객 확보에 힘써야 하는 영업맨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케스트라가 대규모 회사라면 실내악은 소규모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실내악처럼 적은 인원이라고 해서 갈등이 적고 화합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소규모 회사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로의 의견이 달라도 궁극적인 목적이 훌륭한 연주임을 인식시키고, 대면 경영으로 경영자와 직원간의 벽을 최소화해야 한다.

CEO들은 클래식에서 리더십을 배울 수 있다. 뛰어난 능력보다는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오케스트라든 회사든 어느 때 나서고, 물러나야 하는지를 잘 아는 사람, 이해와 소통으로 전체의 목적을 향해 하나의 길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사람이 가장 필요하다”는 말은 귀담을 만하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면서 궁금한 점이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항상 지휘자를 보며 연주하는지, 훌륭한 솔리스트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면 연주가 좋아지는지...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없이도 연주가 가능하다. 지휘자는 연주자들이 스스로 연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과도하게 지휘봉을 사용하기 보다는 최소한의 간섭만 해야 한다.

베를린 필하모니의 지휘자 카라얀은 승마수업 일화를 들어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하는 사람은 지휘자가 아니라 전적으로 단원들임을 명심해야 한다. 너무 지나친 간섭은 오히려 연주를 망치기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CEO는 미래의 일을 예측하고 준비해야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의 하나인 이탈리아 밀라노 스칼라 오페라 극장의 지휘자였던 리카르도 무티는 연주자에 대한 과도한 통제와 간섭으로 2005년에 음악감독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단원과 직원들은 무티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은 위대한 지휘자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우리를 파트너가 아닌 악기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음악을 빼앗아 갑니다”라며 사임을 요구했다.

지휘자는 단원들이 이미 프로 예술가임을 알아야 한다. 프로에게는 사사로운 간섭은 필요없다. 자발적인 열정과 창의성, 공동체 의식을 위한 동기부여와 주인의식만 있으면 된다.

지휘자는 연주가 시작되기 전에 앞으로 연주될 소리를 예상하고 지휘해야 한다. 단원들의 연주에 따라가서는 안된다.

지휘자는 자기가 상상하는 음악을 연주로 창조해내는 사람이다. 지휘자와 리더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지휘자는 정확한 판단과 적절한 해결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지휘자의 자리에서 듣는 소리와 단원들의 자리에서 듣는 소리가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지휘자는 매우 정확하고 분명하게 수정사항을 지시해야 한다. 리더는 팀간의 소통 부재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분명한 지시를 통해 팀원들이 혼란스러워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휘자는 유일하게 소리를 내지 않는 음악가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를 억지로 연주하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진정한 지휘자의 역할은 오케스트라에 생기를 불어 넣어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이다. <정리:박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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